영화 ‘투 마더스’ 포스터.
영화 ‘투 마더스’ 포스터.
영화 ‘투 마더스’ 포스터.

릴(나오미 왓츠)과 로즈(로빈 라이트)는 어린 시절부터 자매처럼 늘 함께였다. 로즈와 톰(제임스 프레체빌) 모자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릴과 이안(자비에르 사무엘) 모자를 가족처럼 보살핀다. 이렇게 네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안은 로즈에게 진심이 담긴 ‘사랑’ 고백을 하고, 이에 로즈는 가족 또는 아들과 다름없는 이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고백을 받아들인다. 톰과 릴 사이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릴과 톰 그리고 로즈와 이안, 네 명은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금기의 사랑’에 빠져든다. 청소년 관람불가. 22일 개봉.

10. ‘절친’인 두 엄마와 서로의 아들이 사랑에 빠졌다. 막장과 멜로 사이. ∥ 관람지수 6 / 막장지수 7 / 멜로지수 7

영화 ‘투 마더스’ 스틸 이미지.
영화 ‘투 마더스’ 스틸 이미지.
영화 ‘투 마더스’ 스틸 이미지.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숱한 국내 드라마를 두고 ‘막장’이라 하지만 영화 ‘투 마더스’의 설정은 최강 막장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보다 더 가까이 지냈던 ‘절친’인 릴과 로즈, 이 두 사람이 각자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그래, 일찍 남편과 사별한 릴은 외로워서 그랬다고 이해하자. 그렇다면 로즈는? 남편이 있는데도 아들과 다름없는 이안과 사랑에 빠지다니, 맙소사. 또 릴과 로즈는 톰과 이안이 고백을 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무장해제’를 선언한다. 놀라 자빠질 ‘막장’ 코드다.

그렇다면 네 사람의 위험한 사랑, 유지될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보던 막장의 끝은 대부분 ‘파국’ 아니던가.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투 마더스’ 속 관계는 정상으로 보일리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릴과 로즈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한다. 그리고 앞으로 ‘비밀’을 유지하면서 잘 해보자라는 결의 아닌 결의를 맺기도 한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한 채 사랑을 더욱 깊어져 간다. 물론 ‘충분히’ 고민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다른 사랑을 해보기도 하지만 한번 불타오른 사랑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파국으로 끝을 맺지 않는다. 그리고 설정만 막장일 뿐 여느 멜로 영화 이상으로 진한 사랑의 감성이 스크린에 가득 흐른다. 파격적이면서도 꽤나 매혹적인 ‘위험한’ 러브스토리다.

배경과 어우러진 멜로 감성과 마음은 제대로다. 철없는 10대 청소년의 불장난이라 쉽게 말할 수도 있지만 톰과 이안은 그 누구보다 이 위험천만한 사랑에 진지하다. ‘절친’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 엄마 아니 여성도 이 사랑에 모든 마음을 다 쏟는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 모습에선 엄마와 아들 관계가 지워진다. 금지된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도 생겨난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우리 주변의 연인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연상연하 커플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막장 코드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 이유다. 나오미 왓츠, 로빈 라이트 등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한다. 이들의 표정에선 사랑과 진심이 묻어난다.

그리고 한 가지, ‘투 마더스’는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의 단편 ‘그랜드 마더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원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막장으로 보이는 이 내용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니, 이것도 놀랄 일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이 설정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객들도 많을 거라 예상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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