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현/사진=서예진 기자
최재현/사진=서예진 기자
소년이 청년이 돼 돌아왔다. 반짝이는 눈빛은 그대로였지만, 무대에 오르기 위해 쏟았던 열정을 연기로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전할 땐 사뭇 비장함도 느껴졌다. 배우 최재현은 그만큼 진지했다.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응모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덜컥' 선발돼 방송에 참여했던 최재현은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건 연기였다"면서 부푼 꿈과 목표를 전했다. JTBC 새 월화드라마 '야식남녀' 출연 중인 최재현은 "모델 역할이라 포즈와 워킹부터 세세한 옷 스타일까지 신경쓰고 있다"면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최재현/사진=서예진 기자
최재현/사진=서예진 기자
10. 이력이 독특하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1 종료 후 진행됐던 오디션 프로그램 '소년24' 출신이더라. 아이돌을 접고 배우로 전향한 건가.

아이돌이 꿈 중 하나였지만,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연기였다. 학교 다닐 땐 공부만 하는 분위기라 대놓고 말할 순 없었지만, 대학생이 된 후 도전해보고 싶었다. '오디션을 한 번 볼까?' 하고 지원했는데, 연습생 경력도 없던 제가 '덜컥' 합격이 됐다. 많은 무대에 오르고, 그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땀을 흘리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였다. 제가 춤을 잘 못 춘다.(웃음) 타고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피나는 노력까지 하니 못따라 가겠더라. 그렇다고 연기를 쉽게 보고 접근한 건 아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하나하나 배우는 과정이 지금은 즐겁다.

10. 어린 시절 유학을 가서 펜실베니아 주립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더라.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나왔고, 대학을 1년 동안 다니다가 한국에 왔다. 교육자 집안이고, 어머니는 지금도 저에게 '미국에 가서 다시 공부하라'고 하신다.(웃음) 어릴 땐 시키는 대로 공부만 했는데, 그 공부가 재미가 없었다. 지루했다. 오디션 도전은 제 일탈이었다. 로봇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저만의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런데,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다.

10. 연기는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

2018년 후반에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처음 오디션을 본 게 tvN '사이코 메트리 그녀석'이었다. '야식남녀'는 두 번째 작품이다. 남자 주인공인인 정일우 형의 남동생 역이고, 비중이 꽤 큰 편이라 긴장도 하고 부담감도 느낀다. 오디션도 3차까지 봤다. 감독님께서 심사숙고해서 뽑아 주셨다.(웃음)

10. 역할 소개를 해줘라.

이름은 박진우, 나이는 24살이다. 모델 지망생이다. 모델이 되겠다고 오디션을 보려고 형의 집에 캥거루족처럼 붙어 산다. 형과는 성격이 정반대라 티격태격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드라마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10. 아무래도 정일우와 많이 붙을수 밖에 없는 설정인 거 같다. 호흡을 맞춰보니 어떤가.

처음엔 긴장도 많이 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MBC '거침없이 하이킥'이 나왔다. 그때 정일우 형은 신드롬이었고, 정말 대단한 인기였다. 그런 분과 함께 연기를 한다니 걱정도 됐다.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극 중 캐릭터처럼 쉽게 반말을 하고 그러질 못한다. 그런데 형이 먼저 편하게 해주더라. '선톡'도 해주시고. 조언과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믿기지 않았다. 저에겐 영광이다.

10. 실제 성격은 어떻길래?

가까운 사람에겐 장난도 잘치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성적이다. 진우와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커서 '이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고민도 많이 하고, 대사도 많이 뱉아보고 있다. 형이 있다는 건 공통점인 거 같다. 2살 위에 형이 있는데 어릴 때 그렇게 싸웠다. 그래서 싸움 연기가 가장 쉬웠다.(웃음)

10. 어릴 때 연기자나 아이돌 말고 다른 꿈도 있었나.

초등학교 땐 선생님. 경찰도 되고 싶었고. 그래도 배우가 가장 하고 싶었다. 말은 못했지만. 얼굴 생긴 게 진하게 생겨서 중학교 땐 '연습생 하는 애'라고 놀림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더 "나 그런 거 정말 싫어", "공부만 할꺼야"라고 고함을 질렀다. 제가 배우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어머니는 충격을 받으셨지만, 아버지는 좋아하셨다. 알고 보니 아버지도 젊었을 적에 배우를 꿈꾸셨다고 하더라.
최재현/사진=서예진 기자
최재현/사진=서예진 기자
10. 어릴 때부터 잘생겼나 보다. 의학적인 도움을 받은 건 없는 건가.

절대. 전혀 없다.(웃음) 주사도 맞아본 적이 없다. 혼혈이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저희 부모님 모두 순수 한국인이다.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지금 모습 그대로다. 그래도 이런 생김새 덕에 유학할 때 내성적인 성격인데도 중국 애들이 많이 챙겨줬다. 많이 좋아해 주더라.

10. '소년24'가 2016년에 방송됐고, '야식남녀'를 만난 게 2020년이다. 적지 않은 시간을 돌아왔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을 거 같다.

'야식남녀' 오디션 합격 소식을 받기 직전에 심각하게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생각했다. 함께 대학에 입학했던 친구들 중 여자애들은 졸업을 하고, 남자애들도 군대 문제를 해결했으니까. 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환경과 친구들도 그립고. 여긴 경쟁률도 굉장히 세고, 훌륭한 신인 배우들도 많으니까. 다행히 2019년이 끝나기 전에 '야식남녀' 합격 소식을 들었고, 지금은 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10.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

아카데미에 가고 싶다. 해외에서도 활동하고. 제가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연출자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다. '퍼프픽션'이라고 애들이 보기에 꽤 폭력적인 영화였는데, 그걸 너무 재밌게 여러번 봐서 대사도 따라할 정도였다. 성인이 되고 처음 본 영화가 '장고'였는데, 그것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이다. 그분이 쓴 맛깔나는 대사를 직접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요즘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 배우들도 늘어나고 있지 않나. 그런 선구자들이 닦아놓은 길에 함께 하고 싶다.

김소연 기자 kims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