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윤라./사진=텐아시아DB
배우 최윤라./사진=텐아시아DB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액션 장르나 형사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또 악녀에 대한 갈증도 있어여. 해미보다 더 한, '더 글로리'의 연진이 같이 극한으로 치달은 악역도 해보고 싶습니다."

KBS1 일일드라마 '내눈에 콩깍지' 종영을 맞아 텐아시아 사옥에서 만난 배우 최윤라가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 24일 종영한 '내 눈에 콩깍지'는 30년 전통 곰탕집에 나타난 불량 며느리, 무슨 일이 있어도 할 말은 하는 당찬 싱글맘 영이의 두 번째 사랑, 그리고 바람 잘 날 없는 사연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중 최윤라는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쥔 엄친딸이자 장경준(백성현 분)의 약혼녀 김해미로 분해 이영이(배누리 분)와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최윤라는 "8개월 동안 해미로 지내왔다. 준비 과정까지하면 10개월 정도 되는 것 같다.내가 해미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배우 최윤라./사진=텐아시아DB
배우 최윤라./사진=텐아시아DB
최윤라에게 '내눈에 콩깍지'는 첫 주연작이자 첫 일일드라마다. 부담감은 없었냐고 묻자 그는 "많을 때는 일주일에 7일 내내, 적을때는 3일 동안 촬영을 했다.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쉴 때는 대본을 외우느라 잠자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며 "보통 미니시리즈는 촬영 전에 전체 대본이 다 나오는데, 일일드라마는 작품을 촬영하면서 대본이 새롭게 나오기 떄문에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매력있고 재밌었다. 짜릿짜릿했다"고 말했다.

일일드라마를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최윤라는 "기존에 해오던 카메라 연기와는 전혀 달랐다. 내 마음대로 동선을 하지 못한다는 게 어려웠다. 카메라가 앞에 3대가 있고, 국한된 동선만 해야한다는 게 가장 어렵더라. 어느 날은 분량이 쭉 몰려있을 때가 있다. 하루에 찍는 장면이 3~40개면 그 중 2/3가 내 분량인거다. 그런 날이 너무 많았어서 압박감이 있었다. 대본을 잘 외워야지 했는데 실수도 빈번하게 있었따. 처음 느껴보는 머리의 하얘짐이었다"고 회상했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최윤라는 "해미 정도의 악행을 저질러 본적은 없지만, 일할 때 성격은 닮았다. 해미가 회사에서 일할 때 모습은 내가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돌당하고 궁금한 거 못참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모습도 비슷한 것 같다. 또 내 이미지가 까칠하고 도도해 보여서, 그런 모습이 해미와 닮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배우 최윤라./사진=텐아시아DB
배우 최윤라./사진=텐아시아DB
'엄친딸' 캐릭터를 위해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그는 "착장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보니까 준비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포인트를 잡은 게 트위드 소재였다. 여름에도 트위드 원피스, 반팔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김해미는 장경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집착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 이에 최윤라는 "이 친구는 원하는 것을 항상 손에 쥐었고, 경준을 너무나 사랑하고 반드시 쟁취해야만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물론 자살 시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이 미국에서 추억이 많지 않나. 낯선 땅에서 고향 사람 마나면 애틋하니까. 그런 감정이 맹목적인 사랑으로 변질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사람 아니면 죽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나의 신적인 존재라고 생각한거죠. 감사하게도 작가님이 해미가 제정신이 아닌 걸로 써줘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차라리 아예 그쪽 노선을 타니까 더 수월했죠. 처음에 선과 악을 왔다갔다 할 때는 더 헷갈렸거든요."

이영이에게 뺨을 때리는 장면은 실제로 때리지 않고 때리는 시늉만 했다고. 최윤라는 "그날이 진짜 엄청 추웠다. 손발이 얼고 입도 얼고 콧물도 나고 그럴때여서 손도 엄청 차가웠다. 진짜로 때리라고 했는데, 너무 불편하더라. 그래서 열심히 숨기면서 때리는 시늉을 했는데 다행히 잘 가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극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해미는 장경준과 이영이가 운명적인 연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다. 캐릭터 붕괴가 오지 않았냐고 묻자 최윤라는 "혼돈이 왔다. 경준을 포기하는 거 자체가 납득이 안 되고 어려웠다. 사촌 오빠의 눈을 경준이 가지고 있다는 게 포기할 이유라는 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작가님께 해미가 경준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듣고 싶다고 연락을 했고,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대사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포장마차에서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거다. 그렇게 털어내고 나니까 묵힌 체증이 풀리더라"고 밝혔다.

정수환(장세준 역)과의 러브라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최윤라는 "듣지 못한 전개였다. 작가님께서도 '좀 그렇지?'라고 했는데 반응이 좋으니 계속 이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마지막 촬영이 끝날 때까지도 러브라인 느낌인 줄 몰랐어요.(웃음)"
배우 최윤라./사진=텐아시아DB
배우 최윤라./사진=텐아시아DB
백성현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최윤라는 "가장 의지를 많이 했다. 백성현 선배는 실제 학교 선배님이기도 하다. 마주친 적은 거의 없지만"이라며 "콩깍지 내부 리더였고, 일등공신이었다. 분량이 많고 잠도 많이 못 잤을텐데도 저희 컨디션도 체크해줬다. 스토리 라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라고 조언도 해줬다. 30년 내공이 대단한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일일드라마를 하면서 알아보는 분이 많이 생겼다고. 최윤라는 "신기하다. 이름도 그렇고 내용도 정확히 알고 계시더라. 젊은 분들도 꽤 알아본다. 엄마가 틀어놓으니까 같이 보는 것 같더라"며 "야외 촬영할 때 지나가는 분들이 '해미 너무 못됐어', '좀 더 착해져야해' 라고 말하기도 한다. 작품에 애착이 있다는 게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을 묻자 최윤라는 "어느 분이 저 배우가 연기를 잘했으니까 욕하는 반응이 나오는거라고, 최윤라 씨 힘들어하지 말라고 하는 말에 감동 받았다. 난 욕 먹어서 좋았다. 노선 잘 탔구나 싶어서 힘을 얻었다"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최윤라는 올해 목표에 대해 "시청자들과 가까워진 거리를 유지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배우로서 가지고 있던 목표가 있었는데 '콩깍지'를 만나고 나서 조금 바뀌었다. 인지도가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인지도가 올라오고 나서의 내 모습은 많이 달라져있더라. 시청자들과 거리를 유지하는 게 가장 급선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콩깍지'에서 해미는 시청자들과 같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저도 댓글창을 보면서 '이정도로 해미를 싫어하는 구나' 반응을 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었고, 그런 코멘트를 보면서 자극을 받으며 더 나쁘게 연기했죠. 같이 해미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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