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남우조연상 수상 불발 "작품상 불발이 아쉬워"
'오징어게임' 이어 '수리남'으로 넷플릭스 다작
'수리남'에선 국정원 요원役 "마약범 잡겠다는 절실함 표현"
즐거웠던 현장 "하정우와 엉덩이 꼬집으며 '피식피식'"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 "외국서 작품 꼭 해보고파"
넷플릭스 '수리남'에 출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수리남'에 출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제공=넷플릭스
"수상을 많이 기대하진 않았어요. 기대가 많진 않았다. 미국 떠나기 전 전화온 어머니께서 '수상소감 준비해라'고 하시긴 했죠. 하하. 그래서 제가 준비하려고 했더니 어머니가 손으로 써주시면서 '이걸 번역해서 가져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무대 위에 올라가면 하겠다며 복사해서 턱시도 안에 넣어났죠. 저는 안 됐지만 (이)정재 선배님이 불려서 감격스러웠죠. 작품상을 못 받은 건 좀 아쉬워요."

배우 박해수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최근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 다녀온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의 남우조연상 수상 불발보다는 작품상을 놓친 것을 더 아쉬워하며 "수상했다면 이후 우리 콘텐츠에 대한 브릿지 역할도 확실히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이유를 말했다.
넷플릭스 '수리남'에 출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수리남'에 출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작품을 여러 편 찍으면서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인 박해수. 그는 지난 9일 공개된 '수리남'으로 또 한 번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수리남'은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하정우 분)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국인 마약범 전요환(황정민 분)을 검거하는 국정원의 비밀작전에 협력하는 이야기. 박해수가 맡은 최창호는 전요환 체포에 모든 것을 건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이다.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최창호도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이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만날 수도 없었고 만나서도 안 됐죠. 극 중 최창호는 국정원 요원으로서 오랫동안 전요환을 쫓았어요. 사명감일까, 욕심일까 생각해봤죠. 저는 요원으로서 약간의 집착이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국가에 대한 헌신으로만 풀어가기엔 저로서는 어렵더라고요. 전사를 정하려고 하진 않았아요. 대신 민간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전쟁터'로 보낼 만큼 집요하고 절실한 마음이 있었다는 심리를 묻어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TEN인터뷰] 박해수 "'오겜' 에미상 불발, 소감은 턱시도 안에…'수리남' 촬영 때 덕 봤을 듯"
'수리남'의 일부 장면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촬영했다. 앞서 윤종빈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 이후 '수리남'을 촬영한 덕에 박해수를 알아보는 이들이 많았고 박해수가 가장 유명하더라고 전했다. 사실이었냐는 물음에 박해수는 "도착하니 호텔 직원들이 제 싸인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 서비스를 좀 더 받지 않았을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해수는 하정우, 황정민, 조우진, 유연석 등 배우들과 함께한 촬영 현장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거기서 연석이가 인기가 많더라", "우진 선배님이 방으로 초대했는데, 선배님 아내가 거기 있는 재료만 가지고 오이무침, 된장국 같은 한식을 차려주신 게 가장 기억난다"고 전했다.

"전 하정우 선배님의 원래부터 엄청난 팬이었어요. 장난기가 많은 줄을 알았지만… 너무 당했죠. 엉덩이를 꼬집길래 저도 같이 꼬집었어요. 하하. 형님이 진지하게 웃긴 유머들을 많이 쓰는데 제가 또 그걸 잘 받아치나 봐요. 피식피식 웃으며 촬영했어요. 황정민 선배님은 제가 뭐라 말씀드리기 뭐할 정도로 존재 자체가 배우에요. 현장에서 다른 배우의 대사도 녹음해서 이어폰을 꽂고 계속 듣고 계세요.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연습하고 대본도 필사하세요. 저는 공연 때도 선배님을 많이 뵀는데, 선배님은 에너지를 쓰면서 다시 재생시켜요. 영화 속 선배님의 모습도 좋아하지만 무대에서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내뿜을 때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워가 있으면서도 섬세해요."
넷플릭스 '수리남'에 출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수리남'에 출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제공=넷플릭스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K콘텐츠를 하며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는 있는 박해수. 그는 "작가님들이 쓰는 대본이 이미 규모나 상상력 면에서 더 멀리 가고 있는 것 같다.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기술력도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임스 맥어보이, 앤젤리나 졸리 등이 소속된 미국 대형 에이전시 UTA(United Talent Agency)와 계약하며, 향후 왕성한 글로벌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박해수.

"외국에서도 이젠 아시아 콘텐츠가 아닌 한국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어요. 또한 아시아 배우가 아닌 한국 배우가 필요하다고 그 분들이 얘기하더라고요. 한국 창작자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극장에서 한 관객만을 위해 공연하던 배우였는데 어떻게 하다가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인이 보는 플랫폼의 작품을 하게 된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 선배님들이 해외시장에서 일궈놓은 것들을 저를 비롯한 후배들이 그 문화를 잘 연결해가는 고리 역할을 해야하지 않겠나 싶어요. 미국 에이전시와도 얘기 나눴는데, 여러 창을 열어놨어요. 부족한 언어적 부분도 준비해야겠죠. 상에 대한 욕심이 크진 않아요. 하지만 외국에서도 꼭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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