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슬의생2', 신원호 PD 서면 인터뷰
"99즈와 재호흡? 모든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
"익송 커플, 멜로 느낌 많이 걸러냈다"
"시즌3 제작? 고민·피로감 多, 지금은 계획 없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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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 2회 드라마는 다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주일에 2개씩 했었던 전작들은 어떻게 해냈던 건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가죠. 아무래도 현장의 피로함이 줄어드니 그 여유가 결국 다시 현장의 효율로 돌아오게 되었죠. 그 점이 주 1회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강점 아닐까 싶어요. 매회 그 어려운 밴드곡들을 위해 연기자들에게 그렇게 여유 있는 연습 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입니다."

신원호 PD가 시즌제 드라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이하 '슬의생2')를 통해 기존의 편성 방식을 과감히 깨부쉈다. 주 1회 방영이라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한 것. 당시 이례적인 도전에 걱정과 우려가 컸으나 작전은 성공했다. 이후 탄탄한 고정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최고 시청률 14.1%를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 PD는 7일 '슬의생2' 종영을 맞아 진행된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첫 촬영 날도 그랬고, 다섯 명이 모두 모인 씬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되다 보니까 그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태프들, 배우들 간의 내적 친밀감도 2년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두텁게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어요. 모든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죠."

신 PD가 생각하는 '슬의생2'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누군가는 다섯 동기의 케미, 또 누군가는 음악 혹은 밴드, 누군가는 환자, 보호자들의 따뜻한 이야기, 누군가는 러브라인, 누군가는 많은 배우의 연기 앙상블에 호감을 갖고 들어왔다가 또 다른 포인트에 매력을 느끼고 사랑을 준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즌2로 국한해서 생각해보면 단연 '내적 친밀감'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 시즌1에서 시즌2로 건너오면서 생긴 2년여의 시간 속에서 드라마 자체와의 친밀감, 캐릭터, 배우들과 갖게 되는 내적 친밀감이라는 게 생긴다. 익히 아는 캐릭터, 관계,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에 거리감이 많이 좁혀졌던 게 시즌2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라고 본다"고 알렸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 /사진제공=tvN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 /사진제공=tvN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얻은 작품인 만큼 아쉬움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터. 신 PD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당연히 아쉬움이 많다. 부족한 역량 탓에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아쉬움은 늘 남기 때문"이라며 "그걸 토대로 다음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잊지 않고 가져가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아쉽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워낙 다양한 이야기를 담다 보니까 어떤 부분에서는 마음에 안 드는 게 당연히 있을 거라 봐요. 그런 부분은 들어야 하죠. 그래야 다음 작품에서 작은 발전이라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 커플 간의 러브라인에는 어떤 중점을 두고 연출했을까. 신 PD는 "이익준(조정석 분)이랑 채송화(전미도 분)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장 잘 해왔던 색깔이긴 했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여러 상황의 엇갈림, 그 가운데서 애타는 마음과 결국엔 절절하게 이루어지는 스토리 축은 워낙 '응답하라' 시리즈 때부터 많이 보여줬던 색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때보다는 더 연한 색깔로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 간의 케미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시즌1과 시즌2 전체의 축이 되어줘야 했던 러브라인이다. 그래서 선을 넘지 않는, 아주 조금씩 보는 분들도, 캐릭터들도 서서히 물들도록 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찍으면서 좀 과하거나 너무 멜로 느낌이 드는 것들을 많이 걸러내고 조금 더 천천히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키였던 것 같다. 11회 마지막 씬에서 롱테이크로 갔던 이유도 20년의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씬이 후루룩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며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순간, 분명 넘기 힘든 감정이 있다. 그 부분들이 납득되도록 연출을 하고 싶었다"고 알렸다.

안정원(유연석 분), 장겨울(신현빈 분) 커플에 대해서는 "안정원의 절절했던 마음과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 사이의 내적 갈등, 장겨울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런 감정이 결국 시즌1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며 "시즌2에서는 그 커플이 얼마나 더 단단해져 가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둘이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그리고 서로에게 기댔을 때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를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진='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포스터
/사진='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포스터
시즌2의 가장 큰 축은 양석형(김대명 분), 추민하(안은진 분) 커플이었다는 신 PD. 그는 "시즌1부터 차근히 쌓여져 온 러브라인이다. 양석형이 가진 개인사에 대한 고민이 본인 스스로 해결되어야만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러브라인의 가장 큰 얼개였다"고 말했다.

또한 "시즌1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쌓이고, 시즌2에서는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얼개만 보면 무거운 느낌일 수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둘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길 바랐다"며 "어쩌면 큰 틀은 묵직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가장 '요즘 멜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커플이다. 두 배우 모두 멜로 연기는 처음이기도 하고, 여타 다른 멜로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들이 많다 보니 '보는 분들이 얼마나 좋아해 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근데 너무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돼서 나도 그렇고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김준완(정경호 분)과 이익순(곽선영 분) 같은 경우는 어찌 보면 곰곰 커플과는 반대였다. 시작이나 연애 중간중간의 느낌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전체 얼개는 묵직해야 했다"며 "시즌1이 재밌으면서 설레는 멜로였다면, 시즌2는 정통 멜로의 색깔로 갔다. 정말 실제 그럴 법한 연인 간의 갈등, 장거리 연애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고민, 서로의 직업적인 상황 때문에 갖게 되는 엇갈림과 오해, 이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절하게 이어나가는 둘의 마음들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씬이 많지 않았는데도 정경호와 곽선영이 너무 연기를 잘해줬다. 이 짧은 씬들을 어떻게 하면 저렇게 절절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표현했다. 시즌1에서는 둘이 서기만 해도 로맨스 코미디가 뚝딱 만들어졌다면, 시즌2에서는 둘만 있으면 정통 멜로가 뚝딱 만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둘이 잘 만났다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던 커플이었다"고 칭찬했다.

가장 좋았던 커플은 누구였을까. 신 PD는 "다 좋았다. 자화자찬이지만 네 커플 같은 경우는 참 짝을 잘 지어줬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촬영을 하면 할수록 '잘 어울린다', '잘 맞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다들 함께 있기만 해도 보기 좋은 연인들 같았다. 다른 건 부족한 부분투성이지만, 커플 캐스팅 하나는 잘한 것 같다. 진심으로 누구 하나 꼽을 수 없이 모두가 똑같이 예쁘다"고 전했다.
신원호 PD. /사진제공=tvN
신원호 PD. /사진제공=tvN
"모든 드라마가 마찬가지겠지만,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1회에요. 드라마의 방향성과 캐릭터들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도록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가 큰 고민인데, 시즌제에서는 그 고민을 생략하고 시작할 수 있었죠. 그냥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어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을 만큼 쉽게 받아들이고 접근할 수 있었어요. 기획할 때 예상했었던 부분이긴 해도 이 정도로 큰 강점으로 올 줄은 몰랐죠. 제작 단계에서도 준비 기간이 어마어마하게 단축됐기 때문에 편리했어요. 그래서 중간에 '하드털이'도 할 수 있었죠. 여러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고도 영리한 형식인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슬의생2'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났다. 남은 떡밥이 상당한 만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에 신 PD는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며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치 우리 일상이 오늘 지나면 또 내일의 이야기가 있고, 내일 지나면 모레 이야기가 있듯이 구구즈의 일상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다만 시즌제를 처음 제작하면서 쌓인 이런저런 고민과 피로감들이 많다 보니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나중에 어떤 우연한 계기가 생겨서 시즌3가 탄생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으로서는 정말 아무 계획이 없다"며 "기대해 주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것, 배우들과 스태프들 또한 계속되기를 원한다는 건 너무 감사하고 감동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알렸다.

박창기 텐아시아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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