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3', 참사 영상을 자료 화면으로 사용 논란
제작진, 거센 비판에 "피해자 및 가족들께 죄송" 사과
피해자 측 "어이없고 불쾌해" 분노
인종차별 논란에 사고 영상 사용까지, 무책임한 태도 '눈살'
'펜트하우스3' 포스터 / 사진 = SBS 제공
'펜트하우스3' 포스터 / 사진 = SBS 제공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펜트하우스3' 제작진 사이코패스야? 제정신 아니다"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드라마 속 뉴스 자료 화면으로 실제 참사 현장 영상을 내보내다니.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조금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행태에 대중들의 분노가 쏟아지는 이유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3' 13회에서는 주단태(엄기준 분)가 설치한 폭탄으로 인해 고급 주상복합 건물인 헤라팰리스가 붕괴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헤라팰리스 붕괴 뉴스가 전파를 탔고, 뉴스 화면에는 '폭탄 설치한 주단태 내부 구조에 정통해…'라는 자막과 함께 실제 'SBS 8뉴스'에서 보도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 건물 붕괴 현장 영상이 쓰였다. 헤라팰리스 붕괴 사고로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체육관에 모여 있는 화면은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 이재민 뉴스 영상에 모자이크와 자막 변경 등의 CG를 입혀 사용했다.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좌), SBS 뉴스 실제 영상(우)./사진제공=SBS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좌), SBS 뉴스 실제 영상(우)./사진제공=SBS
포항 지진 사고는 당시 92명의 부상자와 1800여 명의 이재민을 냈다. 특히 지난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 참사는 철거 중이던 지상 5층·지하 1층 건물이 무너지며 차도를 덮쳤고, 시내버스 1대가 아래에 깔려 버스 탑승자 17명 중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은 대규모 인명 사고였다. 일어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며 최근 현장검증이 열리며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만큼 대중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대중들은 실제 참사 현장을 드라마 내용으로 차용한 것에 비판을 쏟아냈다. '펜트하우스3'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사망자가 나온 사고를 가져다 쓰는 게 제정신인가요?", "싸패에요? 소름 끼칩니다", "당장 해당 장면 삭제하시고 유족에게 공개 사과하세요", "선 세게 넘었다" 등 엄청난 항의 글이 잇따랐다.

논란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지난 3일 방송된 일부 장면에 광주 학동 붕괴 사고 및 포항 지진 피해 뉴스 화면 등 부적절한 장면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광주 학동 붕괴 사고 피해자 및 가족분들, 포항 지진 피해자 및 가족분들, 그리고 모든 시청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문제를 파악한 후, 해당 장면을 재방송 및 VOD에서 삭제 조치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해당 장면이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철저한 내부조사를 통해 해당 장면을 쓰게 된 경위를 파악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일로 인해 아픔과 실망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제의 뉴스 장면은 참사 현장이 담긴 영상을 삭제 후 재송출됐다.
사진= '펜트하우스3' 시청자 게시판 캡처
사진= '펜트하우스3' 시청자 게시판 캡처
그러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학동 붕괴 참사 유족은 5일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유족들이 거액의 합의금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아파트를 받았다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 사람도 기업과 합의를 하거나 합의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고인과 유족을 모욕하는 유언비어로 2차 가해가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SBS 드라마 사태는 우리를 슬프게 하고 분노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광주 붕괴사고 당시 해당 버스 기사의 딸 이 모씨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지금도 살려달라는 환청을 듣고 우울증 때문에 잠도 못 자는 등 트라우마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계신다"며 "아버지나 다른 피해 가족들이 이걸 본다면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지 생각해 봤나"고 제작진을 비판했다.

이어 "떠올리기도 싫은 기억을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내보낸 것도 어이가 없고 정말 불쾌하다"며 "사람 목숨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드라마에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고 영상 사용해 논란이 된 KBS2 '동백꽃 필 무렵' 방송 화면./사진제공=KBS
실제 사고 영상 사용해 논란이 된 KBS2 '동백꽃 필 무렵' 방송 화면./사진제공=KBS
앞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역시 마지막 회에서 실제 사고 영상을 드라마에 활용했다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고, 담당 PD가 사과한 전례가 있다. 당시 차영훈 PD는 "평범하고 소소한, 작은 영웅들이 모여서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영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고 당사자분의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한 점 너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역시 2018년 자료 화면에 세월호 사건 당시의 뉴스 화면을 자료로 사용해 전국민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모습을 희화화했다며 논란이 된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모습을 희화화했다며 논란이 된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
이처럼 실제 사고 영상을 사용한 것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 지적된 상황에서 또다시 아무런 인식 없이 사용한 '펜트하우스3'. 앞서 흑인 묘사 캐릭터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것에 이어 실제 사고 장면을 사용하는 비윤리적인 연출까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 드라마의 무책임한 태도는 그야말로 경악스럽다.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놓은 '펜트하우스3'가 유종의 미는 커녕 용두사미 모양새가 된 데에는 자극적이고 재밌게만 만들면 모든 괜찮다는 제작진의 안일한 태도가 만들어낸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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