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기' 역사 왜곡 피해 조선→단왕조로 명칭 바꿔
문제는 어설픈 CG와 허술한 설정들
차라리 '조선'이 아닌 '가상 국가'라 다행일 정도

'홍천기' 포스터./사진제공=SBS
'홍천기' 포스터./사진제공=SBS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가상으로 역사왜곡 비껴간 '홍천기', 어설픈 CG에 허술한 설정은 어쩌나'

한마디로 괴랄하다. '지랄맞게 괴상하다' 정도로 풀어낼 수 있는 이 신조어는 SBS 새 월화드라마 '홍천기'에게 적합한 수식어가 아니지 않나 싶다. 동양 판타지 사극에 서양 판타지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디자인의 악마 모습과 어설픈 CG, 허술한 설정들이 보는 내내 실소를 자아내게 하기 때문. 이쯤 되면 역사 왜곡을 피하고자 조선에서 가상국가로 바꾼 게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여기에 실존 인물까지 사용했으면 논란은 더욱 커졌을 테니.

지난 30일 첫 방송된 '홍천기'는 신령한 힘을 가진 여화공 홍천기(김유정 분)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 분)의 한 폭의 판타지 로맨스 이야기.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원작자로 유명한 정은궐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한 작품이다.
'홍천기' 스틸컷./사진제공=SBS
'홍천기' 스틸컷./사진제공=SBS
'홍천기' 속 시대적 배경은 '단왕조'라는 가상국가로 인물들 모두 허구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처음 SBS가 '홍천기' 제작을 확정한 시기에는 '사료에 짧게 기록된 조선 시대 유일 여성 화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판타지 로맨스 사극'이라고 소개했으니 말이다.

이들이 돌연 태세를 바꾼 이유는 바로 '조선구마사' 때문이다. 중국풍 소품과 조선 건국 폄훼 등의 역사 왜곡으로 2회 만에 조기 폐지된 기억이 있기에 실존 인물과 지명을 모두 '이름표'를 갈아치웠다.

조선시대 세종을 단왕조 성조(조성하 분)로, 안평대군을 양명대군(공명 분)으로, 수양대군을 주향대군(곽시양 분)으로 말이다.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의 노력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역사 논란에 대한 말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데 뭐라 할 수 있을까.

실존 이름을 사용했다면 태종 이방원은 자신의 몸에 들어온 마왕의 힘으로 천하를 얻은 인물이며 수양대군은 자신의 할아버지 어진을 불태워버린 것이다. 인신공양은 천벌 받을 만한 사악한 짓이라는 생각이 일반화되어 있던 조선 시대에 가뭄과 기근을 위해 기우제에 인신공양을 벌인 거고.
사진=SBS '홍천기' 방송 화면.
사진=SBS '홍천기' 방송 화면.
그러나 '홍천기'의 진짜 문제는 어설픈 CG와 허술한 설정이다. 오프닝에서 펼쳐진 설화 같은 영상은 극의 이해를 돕는 장치로 작용했지만, 악마의 이미지는 극과 너무나 동떨어진다. 한 몸에 깃든 세 명의 신 중 생명을 점지하는 신은 인간의 모습으로 지극히 동양적인 이미지로 구현한 데 비해 죽음을 관장하는 신은 빨간 눈의 황소 같은 뿔이 달린 기괴한 검은 생명체로 만든 것. 여기에 색색의 신력을 뿜어내는 사람들과 노란 나비로 변신해 하람(안효섭 분)과 홍천기(김유정 분)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삼신 할매 등 첫 회는 정말 허접한 CG의 연속이다. 그것도 굉장히 어설픈.

또한 복숭아꽃이 만개했는데 열린 복숭아(복숭아가 되려면 꽃이 다 떨어지고 열매가 생겨야 한다), 9년간 가뭄과 기근으로 고생함에도 궁 속 자리 잡은 깊은 호수, 마왕이 깃든 어진을 부적 한 장만으로 막고 있었다는 설정 등 어설프기 그지없는 설정들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아역들의 어색한 연기도 극의 몰입을 깨는데 한몫했고.

다행스러운 점은 1회가 극의 프롤로그 같은 부분이었고, 2회부터 본격적인 성인 배우들이 등장해 드라마를 이끌어갔다는 점이다. 설명적인 CG들도 많이 사라졌고, '믿고 보는 사극 여신' 김유정의 연기에도 기대가 쏠리는 게 사실. 시청자들 역시 "1회는 도저히 못보겠다", "2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 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매진 '홍천기'가 김유정 버프로 어디까지 회복될 수 있을까. 판타지도 좋지만 사극에서 중요한 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를 시청자들이 납득가게 제시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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