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악마판사', 지난 22일 종영
반전 욕심에 설득력 떨어진 전개
허무맹랑한 결말이 남긴 아쉬움
/사진=tvN 드라마 '악마판사' 메인 포스터
/사진=tvN 드라마 '악마판사' 메인 포스터


≪박창기의 흥청망청≫
흥행 드라마의 성공 비결과 망작 드라마의 실패 요인을 시청자의 눈으로 분석하겠습니다. 박창기 텐아시아 기자의 사견은 덤입니다. 시청률부터 등장인물, 제작의도까지 더욱 낱낱이 파헤쳐 미처 보지 못했던 내용을 짚어드리겠습니다.

"개연성은 어디로? 갈 곳 잃은 눈동자"

권력 앞에 정의는 무력해진다. 사적 복수를 위한 살인은 결코 허용되어선 안 되지만, 디스토피아라는 가상 세계에서는 이마저도 가능해진다. tvN 드라마 '악마판사'가 도출한 결론이다. 지난 21일 종영한 '악마판사'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라는 신선한 소재를 도입, 억울한 피해자들과 현실적인 사건을 토대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결과, 매회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설득력 떨어지는 전개와 진부한 설정이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다. 기존에 확립했던 캐릭터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정의감으로 가득 찬 김가온(진영 분)은 한순간에 복수밖에 모르는 바보가 됐다. 윤수현(박규영 분)이 괴한에게 살해당한 이후 판단이 흐려진 그는 조작된 증거에 의심조차 못 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현직 판사라는 특성이 무색할 만큼 침착함을 잃고 살인을 위해 겁 없이 칼을 휘두를 정도다.

반전을 위한 요소로 보이나, 오히려 몰입에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결국 김가온은 답답함에 민폐만 끼치는 캐릭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중간중간 의구심이 들 만큼 당혹스러운 장면이 등장해 눈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경비가 삼엄하다는 엘리야(전채은 분)의 말이 무색할 만큼 강요한의 자택은 누구나 침입이 가능했기 때문인 것. 그 흔한 CCTV나 경비원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 특히 무장한 경찰이 여러 명 들어와도 아무런 대책이 서지 않을 만큼 자동문이 따로 없다.

마지막 엔딩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스타 판사로 전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은 강요한이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런 그가 버젓이 공항을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더욱 황당한 것은 강요한을 알아보고 쫓아온 김가온이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면서 화룡점정을 찍게 된다.
/사진='악마판사' 스틸컷
/사진='악마판사' 스틸컷
'악마판사'는 법이라는 이름 아래 정의 실현과 인간의 존엄성 사이를 오가는 짜릿함으로 극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범죄자를 향한 무자비한 처벌은 때론 끔찍하면서도 시원했다. 이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판례를 통해 악의 무리를 당당히 처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강요한의 사적 복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권력자들에게는 법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그들이 행하는 범죄는 실로 극악무도하다. 그렇다고 해서 살인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결국 목숨을 위협하는 강요한에게 살려달라고 구걸하는 권력자들의 절규는 통쾌함보다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악마판사'는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던 걸까. 강요한이 권력자들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란 듯이 처벌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목숨값은 목숨으로"라고 외치던 강요한은 결국 대중을 선동한 범죄자로 남게 됐다. 허무맹랑한 결말이 여운보다는 허탈감만 안기는 상황에 도달한 것. 사적 복수를 성공한 후 스위스로 홀연히 떠나는 강요한의 뒷모습에 찝찝함이 지워지지 않는다.

박창기 텐아시아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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