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리, 첫 사극 도전
존재감 막강 캐릭터
삼각 로맨스 서사
'보쌈' / 사진 = MBN 제공
'보쌈' / 사진 = MBN 제공
'보쌈'이 로맨스 사극을 기다려왔던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MBN 종편 10주년 특별기획 '보쌈-운명을 훔치다'(극본 김지수 박철 연출 권석장, 이하 '보쌈')이 단 2회만에 다양한 볼거리를 응축시킨 전개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가장 돋보이는 취향 저격 포인트는 바로 캐릭터들의 매력과 케미였다. 조선시대 풍습 '보쌈'이라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소재 안에서 각 캐릭터들이 다채로운 매력을 발휘한 것이다.

먼저, 정일우는 시청자들 기대를 단숨에 '역시'로 바꿔놓았다. 아들 차돌(고동하 분)과의 생계를 위해 가리는 일 없이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바우의 거칠지만 고독한 속내를 완벽하게 소화한 것. 유생들의 기방 다툼에 해결사로 나설 땐 말끔하고 총명한 양반가 자제 그 자체로 등장, 바우의 과거 서사에 대한 궁금증까지 일으켰다.

권유리도 첫 사극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단아한 사극 스타일링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옹주 수경의 곧고 단단한 성정을 그려낸 것. 권력의 중심 이이첨(이재용 분)의 아들이자 수경의 시동생인 대엽 역의 신현수 역시 수경을 연모하는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특히 뛰어난 무예를 선보인 장면에선 액션에 진심이었던 노력을 실감케 했다.

짧은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심은 캐릭터들도 있었다. 왕권이 흔들릴까 불안한 광해군(김태우 분)과 권력을 지키려는 이이첨, 광해군의 총애를 받는 김개시(송선미 분), 대엽의 고모이자 수경을 살뜰히 챙기는 해인당 이씨(명세빈 분), 바우의 보쌈 동무 춘배(이준혁 분), 수경의 곁을 지키는 조상궁(신동미 분), 바우의 사랑스러운 아들 차돌까지,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캐릭터 그 자체로 등장했다.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환상의 케미는 첫 주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보쌈한 원동력이 됐다.

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들 사이에서 피어난 남다른 케미로 인해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권유리가 예고했던 것처럼, '보쌈'은 관계성 맛집으로 등극했다. 악연으로 시작된 바우와 수경의 인연, 수경을 향한 대엽의 애틋한 순애보, 그리고 벗으로 시작된 바우와 대엽의 미묘한 관계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지난 2회에서 뒤바뀐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우, 수경, 대엽, 이 세 남녀가 처음으로 마주한 바. 이렇게 시작된 삼각 로맨스 서사는 그 다음을 더욱 기대케 했다.

여기에 세심한 완급조절로 극과 극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이끈 권석장 감독의 연출도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청룡 여인 라미란을 과부로 등장시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조선시대 풍습 '보쌈'을 재치있게 설명했고, 바우, 수경, 대엽, 각각의 사연에 깊이를 더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기초를 단단하게 다져 놓았다. 광해군, 이이첨, 김개시의 보이지 않는 정치 싸움 등 궁궐 이야기에서는 팽팽한 긴장감도 잃지 않았다. 이와 같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연출은 코믹함과 진중함의 간극을 좁히며 웰메이드 사극의 탄생을 알렸다.

한편, '보쌈-운명을 훔치다'는 매주 토, 일 밤 9시 40분 방송될 예정이다.

신소원 텐아시아 객원기자 newsinf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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