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떡밥 대거 회수에도 의문점 가득
생방 제작 탓? 28,29일 연속 결방
아동 학대+잔인한 살해 묘사 '눈살'
'마우스' 파트2 메인 포스터 공개./사진제공=tvN
'마우스' 파트2 메인 포스터 공개./사진제공=tvN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던 추적 스릴러물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가 떡밥 잔치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지난주 방송된 '마우스' 15회는 그야말로 '떡밥 대거 회수'였다. 정바름(이승기 분)이 '상위 1% 사이코패스' 프레데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까지 뿌려놓은 떡밥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시작한 것.

문제는 회수 방식이었다. 14회간 쌓아온 떡밥들은 이승기의 회상으로 한 순간에 거둬졌다. 정바름이 과거 친구 나치국(이서준 분)과 오봉이(박주현 분)의 할머니, 고무치(이희준 분)의 형 고무원(김영재 분) 등을 살해한 장면이 그의 기억을 통해 잔인하게 담겨진 것. 그는 재수 없다는 이유로, 단추로 자신을 알아봤다는 이유로, 게임에서 졌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였다. 그가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보여준 '바르고 착한' 이미지는 전부 다 연기였다.
사진=tvN '마우스' 방송 화면.
사진=tvN '마우스' 방송 화면.
이 와중에도 '마우스'는 또 다른 떡밥을 투척했다. 정바름의 뒤에서 그를 움직이는 누군가가 등장한 것. 여기에 oz문신을 한 의문의 남자도 새로이 나타났다. 사이코패스들을 죽이라고 지시한 대니얼 리(조재윤 분)의 의뭉스러운 부분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유력한 프리데터 용의자였지만 돌연 사망한 성요한(권화운 분)의 정체와 최홍주(경수진 분)와의 관계, 성지은(김정란 분)을 살려준 사람, 무진 일가족 살인 사건 진짜 범인, 뱀에게 쥐를 던져준 유치원 아이와 '곰 세 마리'를 부르던 소녀의 정체 등 아직까지도 회수 되지 못한 떡밥들이 가득하다.

스릴러물의 긴장감은 떡밥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치밀한 구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마우스'는 그 힘을 잃어버렸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중반부까지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흥미진진한 반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그러나 갈수록 강덕수(정은표 분) 사건, 수성 연쇄 살인사건, 꼬마 탐정 사건 등 뜬금없는 새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이승기의 깨어난 살인 본능만을 부각시켰고, 풀리지 않은 떡밥들에 또 다른 떡밥들까지 추가하며 자극적인 요소만 가득 집어넣었다.
사진=tvN '마우스' 방송 화면.
사진=tvN '마우스' 방송 화면.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한 건 아동학대였다. 15회에서는 최홍주의 아이가 보모로부터 학대당하는 장면이 담겼다. 보모와 그의 친구들은 갓난아이를 옆에 방치시킨 채 고스톱을 치며 "얘가 그 살인자 새끼 아들이란 말이지?", "뭔 죄가 있냐만 꼴 보기 싫어"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 보모는 "아이 씨, 쳐 자 쫌!"이라며 아이를 밀치기까지 했다. 14회에서는 초등학생 아이에게 세제 원액을 들이 부어 온몸에 화상을 입게 하는 설정도 넣었다.

20부작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15회까지 방송된 지금, '마우스'가 떡밥만 가득한 자극적인 장르물로 바뀐 데에는 '생방 제작'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최근 사전 제작 드라마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쫓기듯한 생방 제작의 악순환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우스' 역시 현재 촬영 분량이 여유롭게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관계자들은 "'생방송' 모드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며 "동시에 세 팀 이상의 촬영팀을 가동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마우스' 이승기/ 사진=tvN 제공
'마우스' 이승기/ 사진=tvN 제공
5회를 남겨둔 '마우스'는 지난 7일에 이어 오는 28, 29일 또 한 번의 결방을 선택했다. 정바름의 시점에서 프레데터 사건을 재구성한 특별판 '마우스: 더 프레데터'를 통해 앞선 사건들의 궁금증 해소와 향후 전개될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후반작업 지연으로 15회 방송마저 20분 지연되는 방송 사고를 범한 '마우스'의 결방은 쫓기는 생방 제작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방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된다. 단적인 예로 15회에서 이승기는 과거 회상에서 갑자기 가발을 쓰고 등장한다. 짧아진 현재 머리가 아닌 과거 긴 머리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과거 분량을 지금에 와서 급하게 찍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전 장면에서 이마에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다음 장면에 피가 말끔히 사라지기도 했다.

생방 제작 환경에서 마지막까지 짜임새 있는 영상을 만들내기엔 시간이 촉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완성된 작품으로만 드라마를 본다. 아무리 그들의 노고가 크다고 한들, 개연성 없는 전개에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제는 '떡밥'보다 치밀한 '인과관계'에 중점을 둬야 할 때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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