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 지난 11일 첫 방송
공감가는 스토리·유쾌한 전개
황정민X임윤아, 열연 연기 눈길
'허쉬' 황정민X임윤아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허쉬' 황정민X임윤아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허쉬'가 첫 방송부터 차원이 다른 공감을 안기며 그 진가를 입증했다.

지난 11일 첫방송된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는 신문사 '매일한국'을 배경으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유쾌하고 리얼하게 그려냈다. 시청률 조사회사에 따르면 1회 시청률은 전국 3.4%, 수도권 4.1%를 기록했다.

'허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정규직 전환의 부푼 꿈을 안고 매일한국에 입성한 인턴부터,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현실과 타협하는 월급쟁이 기자들의 모습은 격한 공감을 불러왔다.

이날 방송은 '밥'이라는 부제로 문을 열었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어 보이던 매일한국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정기인사 결과는 단연 특종거리였다. 편집국장 나성원(손병호)의 비위를 맞춰가며 승진을 노리던 아첨의 달인 디지털 뉴스부의 엄성한(박호산) 부장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정세준(김원해) 차장은 오랫동안 몸담았던 정치부를 떠나 매일한국의 공식 유배지이자 폭탄 처리반인 디지털 뉴스부로 좌천됐다.

나국장이 건네는 위로의 건배사도 소용없었다. "저널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가 돼라"는 그의 영혼 없는 뻔한 연설에 "나는 너무 너절한 너절리스트"라며 회식 자리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정세준의 뼈 때리는 술주정은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자아냈다.

한편 이지수와 인턴들은 65년 전통의 매일한국 입성에 마냥 들떠 있었다. 펜대보다 큐대 잡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고인물' 기자 한준혁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인턴들의 교육을 담당하게 된 것. 한준혁과 이지수 사이에는 첫 면담부터 미묘한 불꽃이 튀었다. 한준혁은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소신 발언으로 면접장을 발칵 뒤집었다는 이지수에게 "그런 말을 하고도 졸업 첫해에 인턴 합격했으면, 금수저? 황금빽?"이라는 농담으로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인턴 경력도 빼곡하고 능력도 좋지만, 출신 대학 한 줄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오수연의 이력서에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잘 아는 건 바로 오수연 자신이었다. 답답한 현실과 막막한 앞날에 눈물 흘리는 그에게 한준혁은 "꺾이지 말라"고 다독이면서도 그리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바로 6년 전 '그날'의 일 때문이었다. 당시 담당 부장이었던 나성원이 조작한 가짜 뉴스로 절친했던 이용민(박윤희) PD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한준혁의 기자 인생을 뒤바꿔놓은 것. 특히 억울하게 세상을 등진 이용민 PD가 이지수의 아버지였음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지수 손에 들린 휴대폰 속, 기사 바이라인에 적힌 한준혁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두 사람의 악연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높였다.

'허쉬'는 유쾌하게 웃다 보면 어느새 가슴 뭉클해지는 여운을 남겼다. "사람들은 우리를 기자라고 부르지만, 여기는 그냥 회사다"라는 한준혁의 내레이션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장인 기자들의 고뇌는 이들이 들려줄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생존과 양심, 그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기자들의 씁쓸한 자조는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더욱 깊숙이 와닿았다.

황정민, 임윤아의 열연은 공감의 깊이를 더했다. 사람 냄새 진한 한준혁 캐릭터를 노련하게 풀어낸 황정민의 힘은 대단했다. 열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준혁이지만 그의 내면 어딘가에 남아있는 불씨를 불쑥불쑥 내비치는 복잡한 심경을 포착한 황정민의 연기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믿기 힘든 진실 앞에 감정을 폭발시키는 황정민의 열연은 가히 압권이었다.

임윤아의 연기 변신도 완벽했다.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소신과 패기의 '사이다' 매력을 발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삼키며 맨밥을 밀어 넣는 그의 열연은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저릿하게 했다. 여기에 더해진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도 숟가락은 위로 올라가야 하니까"라는 한준혁의 내레이션은 두 사람의 과거 사연과 함께,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케 했다.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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