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각종 영상 플랫폼의 증가와 제작 환경의 변화, 코로나19로 인한 제작 중단으로 올해 드라마 시장은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다양한 장르와 스타들의 귀환, 신인 작가들의 반란 등 다양한 이슈들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이에 2020년을 관통한 드라마 키워드를 정리해봤다.
'부부의 세계' '우아한 친구들' '펜트하우스' 포스터./사진제공=JTBC, SBS
'부부의 세계' '우아한 친구들' '펜트하우스' 포스터./사진제공=JTBC, SBS


'19금' 드라마 시대, '흥미로워' vs '보기 불편' JTBC '부부의 세계'부터 '우아한 친구들', MBN '나의 위험한 아내', SBS '펜트하우스'까지 올해는 '19금 드라마'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인기에는 '부부의 세계'가 한 몫했다. '부부의 세계'는 7~8회를 제외한 전 회차를 19세 등급으로 결정했음에도 최고 시청률 28.4%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면서 19세 시청등급에 대한 거부감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로, 불륜에 대한 배신으로 복수를 시작하는 여자의 감정을 밀도있게 그려내 '웰메이드 불륜드라마'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부부의 세계' 이후 JTBC에서 내세운 '우아한 친구들'은 17회 전편 19세 시청등급이라는 파격 편성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사의 중심이 되는 중년 부부의 일상과 갈등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나의 위험한 아내'는 3회까지 19세 시청가를 내세웠다.

그러나 모든 19금 드라마가 성공한 건 아니다. 4, 18, 19회를 19세 이상 관람가로 조정한 '펜트하우스'는 현재 최고 시청률 24%를 기록 중이며 순항 중이지만, '우아한 친구들'과 '나의 위험한 아내'는 3~5%대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또한 흥행한 19금 드라마도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부부의 세계'는 등장인물들을 지나치게 파괴적, 폭력적으로 담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목을 조르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는 장면이 가해자 시점으로 마치 가상현실(VR) 게임을 보여주듯 연출돼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펜트하우스'는 개연성 없는, 자극 위한 자극이 난무난 막장 드라마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가정폭력, 집단 괴롭힘, 불륜, 살인, 시체 유기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 이러한 이유로 19세 등급이 자극적 묘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블랙독' 포스터./사진제공=SBS, tvN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블랙독' 포스터./사진제공=SBS, tvN
스토브리그→블랙독, 신인 작가의 패기2월 종영한 SBS ‘스토브리그’는 이신화 신인작가의 입봉작이다. 프로 야구 꼴찌팀 ‘드림즈’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프런트 시선으로 풀어내며 큰 사랑을 얻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20%에 육박하는 19.1%를 기록했다. ‘스토브리그’가 스포츠 드라마로서 흥행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빈틈없는 스토리와 지금껏 조명된 적 없던 프런트의 세계라는 신선한 소재, 프로야구에 녹아있는 적폐들을 타파하는 과정을 통한 카타르시스 등이다. 이신화 작가는 SK 와이번스 등 실존 프로 팀을 찾아 오랜 기간 취재를 토대로 작품을 집필했고, 이는 고스란히 드라마에 반영됐다.

‘스토브리그’ 후속작 ‘하이에나’도 김루리 신인작가의 첫 장편데뷔작이다. ‘하이에나’는 일도 사랑도 싸움도 열심히 하는 두 변호사 정금자(김혜수 분)와 윤희재(주지훈 분)의 케미스트리를 입체적으로 살려 호평 받았다. 특히 정금자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남자에 끌려 다니지 않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이에나’ 시청률은 10.3%로 시작해 14.6%까지 치솟았다.

tvN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 고하늘(서현진 분)이 진학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담아내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블랙독’을 집필한 박주연 신인작가가 3년간 기간제 교사로 교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 현실성을 더욱 높였다.
'청춘기록' '스타트업' 포스터./사진제공=tvN
'청춘기록' '스타트업' 포스터./사진제공=tvN
청춘기록→스타트업, 청춘 성장물로 위로와 공감을올 하반기에는 ‘청춘 드라마’가 대거 편성됐다. 무너지고 깨지지만 다시 일어나는 청춘의 모습들이 시청자들의 높은 공감을 얻은 것. tvN ‘청춘기록’은 현실의 벽에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성장을 담은 작품, 박보검의 입대 전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베일을 벗은 ‘청춘기록’은 배우를 꿈꾸는 모델 사혜준(박보검 분)과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안정하(박소담 분)의 분투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1회 시청률 6.4%로 tvN 역대 월화드라마 첫 방송 1위를 차지하는 등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김민재, 박은빈 주연의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잔잔한 클래식 선율과 남녀 주인공이 처한 눈앞의 문제들이 이 시대 청춘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첫 방송 시청률 5.3%로 시작해 최고 6.3%까지 올랐다.

tvN ‘스타트업’은 신생 창업기업인 스타트업을 소재로 한 만큼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는 청춘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분투하는 서달미(수지 분), 남도산(남주혁 분) 등 청춘의 애달픈 현실은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앨리스' 포스터./사진제공=tvN, SBS
'사이코지만 괜찮아' '앨리스' 포스터./사진제공=tvN, SBS
사괜→앨리스. 제대 후 복귀한 스타들의 귀환김수현은 KBS ‘프로듀사’ 이후 5년 만에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복귀했다. 엄마에게 사랑 받지 못했다는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자란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를 연기한 김수현. 그는 절제된 눈빛을 통해 내면의 우울함과 공허함, 고단함, 외로움을 담아내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시청률을 6%대를 기록했지만, 방영 기간 내내 드라마·출연자 모두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주원은 군 전역 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SBS ‘앨리스’를 선택했다. 그는 선천적 무감정증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박지겸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 받았다. 시간여행 중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부터 절절한 감정신, 노인 연기까지 흡입력 있게 연기했다. 최고 시청률은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저조한 성적을 거둔 배우도 있다. 이민호는 김은숙 작가의 SBS ‘더 킹: 영원한 군주’로 돌아왔다. 김 작가와는 SBS ‘상속자들’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tvN ‘도깨비’를 통해 판타지 서사력을 입증한 김 작가가 평행세계를 소재를 내세운 작품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설득력 떨어지는 스토리는 물론 출연자의 연기력 논란, 연출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혹평 받았다. 옥택연은 MBC ‘더 게임: 0시를 향하여’로 복귀했지만, 평균 시청률 3%대를 기록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편의점 샛별이' '어서와' 포스터./사진제공=SBS, KBS
'편의점 샛별이' '어서와' 포스터./사진제공=SBS, KBS
원작 드라마=흥행 보증 수표? ‘글쎄’인기 소재 중 하나인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올해는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박시인 작가의 웹툰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음식에 얽힌 두 남녀의 비밀스런 연애 이야기로, 다양한 음식의 향연은 물론 담백한 내용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모르는 두 남녀가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기본 콘셉트만 동일할 뿐 주인공 직업, 성격 등이 전혀 매칭이 되지 않았다. 송승헌과 서지혜의 조합으로 화제가 됐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배혜수 작가의 웹툰 ‘쌍갑포차’는 의문의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신’ 월주의 이야기. 다양한 소재과 공감 어린 내용, 세밀한 터치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JTBC에서 방송된 ‘쌍갑포차’는 황정음과 최원영, 육성재의 연기는 호평 받았지만, 최고 시청률 3.7%라는 다소 초라한 수치로 퇴장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명수, 신예은 주연의 KBS ‘어서와’는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 중 0%대 시청률을 기록한 최초의 드라마라는 굴욕적인 꼬리표를 얻었다. 4부작 KBS ‘계약우정’ 역시 1~2%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면치 못했다.

SBS ‘편의점 샛별이’는 6~7%대의 시청률로 나쁘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끊임없이 선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여자 고등학생이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성인 남성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입맞춤하고, 신음 소리를 내며 성인 웹툰을 그리고, ‘X웃기네’, ‘X밥’ 등 비속어, 욕설도 반복적으로 나왔다. 성매매를 암시하는 장면을 코믹적으로 표현한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편의점 샛별이’에 대해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주의’를 의결, 중징계를 받으면서 지상파 드라마의 체면을 구겼다.

웹툰을 원작으로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은 건 JTBC ‘이태원 클라쓰’ 거의 유일하다. 광진 작가의 웹툰 ‘이태원 클라쓰’는 정의감 넘치는 박새로이가 거대 기업 ‘장가’와 대립하며 성장해 나가는 내용. 독보적인 캐릭터와 사이다 전개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는 박서준이 박새로이, 김다미가 조이서로 분해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다. 장근수 역의 김동희, 장근원 역의 안보현, 마현이 역의 이주영 등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시청률 역시 10%대의 두 자릿수를 줄곧 유지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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