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안의 세상
나를 사로 잡은 '숏.확.행'

디지털 드라마계의 레전드
'에이틴'·'트웬티 트웬티' 한수지 감독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 한수지 감독과 출연진들 /사진=텐아시아DB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 한수지 감독과 출연진들 /사진=텐아시아DB
만들었다 하면 반응이 폭발적이다. 디지털 드라마계 신화를 쓰고 있는 한수지 감독의 작품들이 그렇다.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에이틴'으로 5억뷰에 이르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며 웹드라마 광풍을 일으켰던 한수지 감독은 '트웬티 트웬티'로 믿고 보는 드라마 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조회수 3000만뷰를 돌파한 '트웬티 트웬티'는 스무살 청춘들의 성장기를 다룬다. 학교 밖으로 나간 20세 대학생들은 보다 리얼하고 과감해진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한수지 감독이 표현해내는 그 시절 우리의 모습에는 어떤 특별함이 녹아 있는 것일까. "왜 스무 살이었냐고요?"한수지 감독은 "나이는 숫자일 뿐이기도 하지만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고민이 있고, 또 같은 고민도 어떤 나이에 생각하느냐에 따라 생각의 방향도 달라지는 것 같다. 이런 시기를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크게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열여덟 살, 스무 살이라고 하는 게 조금 더 명확하다고 느꼈다. '에이틴' 시리즈와 '트웬티 트웬티' 모두 디테일에 더 세밀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작품들이다"고 말했다.

'트웬티 트웬티'는 '에이틴' 시리즈를 마친 한수지 감독에게 당연한 듯 다가왔다고 한다. 마치 나이가 한 살 더 먹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한수지 감독은 "'에이틴2'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 마지막 쿠키에서 스무 살이 된 친구들이 가는 술집 이름을 '트웬티 트웬티'로 했는데 그게 시작이 됐다"며 "스무 살이란 나이는 고작 몇 달 전에는 열아홉 살인 청소년이었다가 선택과 책임을 지는 성인이 되면서 주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어떤 곳에 있고 싶은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우정이든 사랑이든 꿈이든 아직은 흔들리기 쉽고 정의하기도 서툰 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 고민을 해 나가는 캐릭터들을 생각하다 '트웬티 트웬티' 등장인물들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20분 안에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것, 이입이 중요하죠"
'트웬티 트웬티' 한수지 감독 /사진=플레이리스트 제공
'트웬티 트웬티' 한수지 감독 /사진=플레이리스트 제공
시청자들이 '트웬티 트웬티'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감'이다. 현재 스무 살이 된 이들부터 과거 그 시절의 나를 추억하는 사람들까지 많은 시청자들이 섬세한 감정선과 스토리에 감탄한다. 한수지 감독은 "'와', '헐' 등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현실 반응을 좋아한다. 이 반응이 보고 싶어서 아무리 바빠도 온에어는 동시에 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기획부터 캐스팅까지 모든 과정에 공을 들인다는 그였다. 한수지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 친구들의 이야기나 주변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은 캐릭터에 녹이는 편이다. 인터뷰도 많이 진행한다"며 "캐스팅은 기획 때 상상하면서 이미지를 그려보는 편이다. 이후 그 이미지에 가까운 배우를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TV에 비해 짧은 호흡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일, 분명 장점도 고민도 존재했다. 한수지 감독은 "시청 집중도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점이 웹드라마의 장점이다. 특히 디지털 채널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은 모바일 기기로 시청하는 것에 익숙하다. 시청 시간도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쉬는 시간, 자기 전 등 틈나는 시간을 활용한다. 그래서 비교적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것 같다"면서도 "15~20분의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들을 담아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는 화자에 이입하게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청자가 15-20분 동안의 감정을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숏폼 틀에서 어떻게 내용을 잘 압축해 설득력 있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미드폼에서는 시간이 늘어나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는 20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고민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현장 상황에 따라 에피소드의 중심 화자를 변경하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주목시킬 수 있는 '후킹 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트웬티 트웬티' 한수지 감독 /사진=플레이리스트 제공
'트웬티 트웬티' 한수지 감독 /사진=플레이리스트 제공
'에이틴' 시리즈, '트웬티 트웬티'는 방송사에서도 환영받는 작품이다. '에이틴'은 Mnet에서 전 시즌을 특별 편성한 바 있으며, '트웬티 트웬티'는 온라인 공개와 함께 JTBC에서도 방송됐다. 이에 대해 한수지 감독은 "TV의 파급력을 따라가기엔 아직 벅차지만 경계는 이미 많이 사라졌다고 본다. 디지털에서 활동하는 유튜버가 환영받는 TV쇼 게스트로, 연예인은 유튜브로 오는 걸 보면 더욱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숙사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모여 보고 있다며 응원한다는 글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트웬티 트웬티'가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겨지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