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막장 논란
학대+불륜+비리, 수위 지나쳐
'펜트하우스' 포스터./사진제공=SBS
'펜트하우스' 포스터./사진제공=SBS
자극을 위한 자극적 상황들의 연속,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 누구하나 공감가지 않는 캐릭터들의 향연, SBS 새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방송 첫 주 만에 갖은 논란에 휩싸이며 ‘역대급 막장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 10월 26일 첫 방송된 ‘펜트하우스’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가득한 상류 사회 속 부동산과 교육전쟁을 담은 작품. SBS '황후의 품격'의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당시 ‘황후의 품격’은 최고 시청률 17.9%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으나 임산부 성폭행, 시멘트 생매장 시도 등의 장면이 문제가 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기도 했다.

베일을 벗은 ‘펜트하우스’는 ‘황후의 품격’보다 더한 ‘막장’이었다. 기본적인 소재와 분위기는 JTBC ‘스카이캐슬’을 연상케 했지만, ‘펜트하우스’는 더욱 화려하고 자극적이며, 불쾌했다. 한 소녀가 헤라팰리스에서 추락사하는 것으로 시작해 천서진(김소연 분)과 주단태(엄기준 분)의 불륜, 미성년자들의 집단 괴롭힘 ,뇌물 수수와 입시 비리, 부동산 재건축 비리 등을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법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사진= SBS '펜트하우스' 방송 화면.
사진= SBS '펜트하우스' 방송 화면.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중학생들의 도 넘은 폭력 수위다. 2회에서 아이들의 과외선생으로 온 민설아(조수민 분)는 도둑으로 몰려 아이들에 의해 집단 폭행을 당했다. 수영장에 빠뜨려 돈을 던지며 세탁비에 보태 쓰라는 주석경(한지현 분)의 모습은 미성년자임에도 어른들이 하는 나쁜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어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민설아가 아이들과 동갑인 중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주단태에게 뺨을 맞고, 아이들에 의해 폐차에 감금된 채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은 눈뜨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불편함을 안겼다. 청소년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심지어 나름 선한 역할이라 분류되는 심수련(이지아 분), 오윤희(유진 분), 베로나(김현수 분) 조차 이해하기 힘든 지경이다. 이지아는 쌍둥이 자녀가 10여년에 걸쳐 주단태에게 매질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이들에게 물어볼 생각조차 못하는 무능한 캐릭터로 비쳐지고 있다. 자녀들이 다른 사람에게 패악질을 벌여도 그저 “하지마”라는 말 뿐이다.
사진= SBS '펜트하우스' 방송 화면.
사진= SBS '펜트하우스' 방송 화면.
오윤희는 과도하게 무모하다. 학교폭력위원회에서 딸의 학교 교장의 얼굴을 발차기로 가격하는가하면 딸의 졸업을 위해 국회의원 조상헌(변우민 분) 별장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뒤, 이를 빌미로 돈을 얻어내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툭하면 악에 받친 듯 소리만 지르는 캐릭터도 공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베로나 역시 청아예고 예비 1번을 받자 엄마에게 막말을 쏟아내며 뛰쳐나가는 행동이 너무 과하게 설정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여기에 16살 민설아가 대학생으로 위장 취업을 한다는 설정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설정인가.
사진= SBS '펜트하우스' 방송 화면.
사진= SBS '펜트하우스' 방송 화면.
이에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중단해라”, “불쾌하다”, “15세 관람가가 맞냐” 등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드라마 폐지 및 조기종영을 요구하는 원성도 빗발치고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200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된 상태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SBS는 여론을 의식한 듯 “‘펜트하우스' 4회를 19세 이상 시청 등급으로 편성했다. 3회는 기존과 같은 15세 시청가로 방영 된다"며 "앞으로 방영될 다른 회 차에 대해서도 내부 심의 규정에 맞춰 시청 등급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정성 논란에 대해서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펜트하우스' 이지아, 김소연, 유진./사진제공=SBS
'펜트하우스' 이지아, 김소연, 유진./사진제공=SBS
사실 ‘펜트하우스’는 변칙 편성으로 방송 전부터 비난을 받았다. 방송가에서 지켜왔던 ‘67분 룰’을 깨고 90분. 100분 특별 편성을 했기 때문. 방송가에서 드라마 회당 방송 시간은 민감한 문제이며 이로 인해 방송사간의 과도한 경쟁이 방송 분량을 늘리고 제작비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수많은 논란에도 ‘펜트하우스’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2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12.2%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속도라면 15% 돌파는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제성과는 별개로 주제 의식 없는, 피로감과 불쾌한 자극만 가득한 드라마가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막장에도 어느 정도 지켜야할 ‘선’이라는 게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