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향, '내가예' 종영 인터뷰
"지수와의 키스? 초고에는 있었다"
"여리지만 강한 예지, 연꽃과 닮아"
"차기작? 로코 위주로 보는 중"
MBC 수목드라마 '내가예'에서 오에지 역을 맡은 배우 임수향./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MBC 수목드라마 '내가예'에서 오에지 역을 맡은 배우 임수향./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예지(임수향 분)로서는 최선의 결말이었던 것 같아요. 예지만 생각한다면 환(지수 분)과 떠날 수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환이에게 가족을 뺏어갈 수는 없잖아요. 그 아픔이 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MBC 수목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에 출연한 배우 임수향이 "결말에 만족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예'는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형제와 그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운명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중 임수향은 형제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자 오예지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특유의 안정적인 발성과 극의 흐름을 조절하는 온도차 연기로 오예지 캐릭터의 서사를 완성시켰다. 살인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외로움을 홀로 견뎌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서진(하석진 분)과 결혼 후의 행복, 서진이 실종됐지만 가족이 생겨 버틸 수 있었던 7년의 의지, 서진의 배신·엄마의 살인사건 진실 등 모든 게 밝혀진 뒤 홀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까지 탄탄한 연기내공으로 그려내 호평 받았다.
임수향 "지수와의 키스신? 원래는 있었죠"./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임수향 "지수와의 키스신? 원래는 있었죠"./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서환과의 로맨스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오예지는 서진과 이혼 후 잠적했고, 자신을 찾아온 서환과 둘만의 시간을 보낸 뒤 "사랑해"라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결국 편지를 남긴 채 떠났다.

임수향은 "사실 다음 장면이 있었다. 아침에 둘이 일어나 민박집 아저씨와 같이 밥을 먹는 건데, 예지가 서환에게 '네가 나에게 사랑의 기준을 세워주지 않았냐. 나는 너처럼 나 사랑해주는 사람 만나 새롭게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갈 거다. 그러니까 너도 꼭 행복해 진다고 약속해' 라고 말한다. 대본에는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촬영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수향은 "예지는 불행했지만, 누구보다 사랑받았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좋았던 기억들을 품은 채 살아갈 거다. 울기도 하겠지만 어둠은 지나간다는 걸 아니까 또 웃게 될 거다. 나는 그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이한테도 한 번은 말해주고 싶었을 거다. 사랑한다고, 네 맘 안다고. 부정하고 싶었겠지만 예지도 서환을 사랑했다. 가족으로 얽혀 있으니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거다. 서진과 이혼 후 어머니에게 털어 놓은 게 예지의 진심이다. 그 애랑 있으면 온전한 나로 있을 수 있고, 그 애와 나는 영혼이 같다는 말. 그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라며 미소 지었다.

"민박집에서 예지와 환이가 나란히 누워 손끝이 닿는 장면에 온 마음을 다했어요. 손끝의 미묘한 떨림과 움직임만으로 두 사람의 깊은 교감을 나타내고 싶었죠. 저는 그 장면이 다른 어떤 스킨십보다 강렬했다고 생각해요."
임수향은 "서환의 사랑, 가질 수 없어 더욱 열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임수향은 "서환의 사랑, 가질 수 없어 더욱 열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학생과 교생으로 시작해 시동생과 형수 사이가 되어버린 예지와 서환의 이야기는 자칫 막장 드라마로 비쳐질 수 있었다. 임수향도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쓰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 설정 자체가 아슬아슬하고 금기된 상황이지 않나. 다행인 건 서환의 사랑이 서진보다 먼저였다는 거다. 형수를 사랑한 게 아니라 첫사랑이 형수가 된 거니까"라며 "그래서 환이는 편하지만 선을 긋는 느낌으로 연기하려고 했고, 진이는 실제 부부의 느낌을 많이 내려 했다"고 밝혔다.

환이를 매료시킨 예지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임수향은 "예지는 환이를 처음으로 알아준 사람이다. 어느 하나 마음 붙일 곳 없었던 환이에게 예지의 존재는 위안이 됐던 거다. 거기다 가질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이뤄질 수 없기에 더 열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와 단 한 번의 키스신도 없었다는 거에 아쉬움은 없었냐고 묻자 임수향은 "초고에는 1회 첫 장면에서 서환과 예지가 키스하는 장면이 있었다. 제주도가 아닌 미국에서. 그 뒤 서진이 실종된 상태의 과거로 돌아오는 거였는데 촬영 전에 바뀌었다"고 밝혔다.

'내가예'만의 올드한 감성이 좋아 출연을 결심했다는 임수향. 그는 "'불새' '미안하다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일' 등의 드라마를 보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는데, 이 드라마에서 그러한 정통 멜로 감성이 나와서 끌렸다. 요즘 보기 드문 깊이 있는 멜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멜로가 아닌 인생사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수향은 오예지를 연잎에 비유했다./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임수향은 오예지를 연잎에 비유했다./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전작인 '우아한 가'는 기구한 캐릭터였지만 속 시원한 느낌이었어요.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걸 스피디하게 보여줬죠. 그에 비해 '내가예'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작품이었어요. 조금 더 어른이었고, 조금 더 기고했고, 인생에 상처도 더 많았죠."

임수향은 오예지를 연잎에 비유했다. 그는 "서환이 예지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순간이 예지가 연잎을 우산처럼 들고 있을 때다. 서진과는 연잎 밭에서 키스를 했다. 예지와 연잎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며 "연잎이 순수하고 고결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더러운 물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예지 역시 겉으로는 여리고 청순해 보이는 가녀린 소녀지만, 사연 많고 기구한 인물이다. 진흙탕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연잎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감정 소모가 큰 캐릭터인 만큼 힘든 점도 많았다고. 임수향은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 자칫 잘못 표현하면 치정극이 될 수 있기에 준비도 많이 했다. 선을 아슬아슬하게 잘 타야 하는 작품이라 데뷔 당시 연기를 가르쳐 줬던 선생님에게 다시 찾아가 같이 대본을 분석하고 공부하고 통으로 외웠다"며 "연기 할수록 나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들을 없애기 위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 배우들과 리딩도 자주 했다. 전체 리딩도 두 번이나 했고, 주연 배우 4명은 쉬는 날 따로 모여 연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오예지 흑화, 속 후련했다"는 임수향./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오예지 흑화, 속 후련했다"는 임수향./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오예지는 남편 서진이 실종된 7년 동안 캐리 정(황승언 분)과 함께 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를 터트려 통쾌함을 안기기도 했다. 임수향은 "캐리 정과의 관계에서는 절대 경쟁자처럼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흥분하지 않으려 했고 화내지도 않았다. 우아하게 풀려고 했다. 그게 예지가 싸우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다. 서진은 내 가족이기까. 그래서 캐리 정을 간호사 취급 하듯이 말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서진에게 '당신은 날 버린 거야! 날 배신했어!'라고 절규할 때 속히 후련했다. 하고 싶은데 하지 못했던 말을 터트려 주니까 속이 뻥 뚫리더라"며 웃었다.

지수, 하석진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지수와는 세살차이 또래라 장난도 많이 치면서 재밌게 촬영했다. 하석진 오빠는 워낙 노련한 사람이라 배울 점이 많다. 그가 가진 여유도 좋았다. 두 사람 다 너무 매력적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진이 파와 환이 파로 나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더라"고 말했다. 본인은 어느 파냐고 묻자 임수향은 이렇게 답했다.

"어렸을 때라면 진이가 좋았을 것 같아요. 짜릿하고 나쁜 남자요. 지금의 저라면 나만 바라봐주는, 환이 같이 안정감을 주는 남자가 더 좋겠네요. 사실 예지는 혼자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호호."
임수향은 "이사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임수향은 "이사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종영 후 근황을 묻자 임수향은 "이사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다. 친구들이랑 남산 산책도 가고, 강아지들이랑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상태가 아니라며 "'내가예'와는 결이 다른 역할, 밝은 로코 위주로 보고 있다. 팬들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시기다 보니 얼른 다음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매 작품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갈증이 생기는 것 같다"며 "많이 울고 감정 소모가 심한 작품을 하면 코미디가 하고 싶어진다. 다음에는 사자 직업, 전문직 여성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2020 MBC 연기대상'에 기대는 없을까. 임수향은 "최근 시상식에 수상자가 아닌 후보자로 간 적이 없어서 받고 싶긴 하다. 주면 감사하겠지만 거론을 해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연기는 할 때마다 어렵고 새로운 것 같아요. 제 연기에 100점을 줄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을 정도로요. 늘 결과에 만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뿌듯하고 좋네요. '내가예'는 타이틀 롤로서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저, 괜찮았나요?(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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