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브람스' 종영 인터뷰
"바이올린 포기하는 바이올리니스트役"
"사이다 캐릭터 아니지만 공감돼"
"짝사랑해 본 사람들, 응원했을 것"
"20대, 부딪히며 성장한 시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늦깍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한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늦깍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한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20대 끝자락의 청춘 이야기를 담는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너무나 사랑하는 바이올린을 포기하는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했는데 박은빈의 삶에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뜻깊었어요. 그래서 바이올린을 떠나보내는 마지막회 장면이 많은 시청자들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어요"

배우 박은빈은 지난 20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29세 동갑내기 채송아를 연기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종영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 매회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전개로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박은빈은 극 중 뒤늦게 바이올린을 시작한 음대생 채송아 역을 맡았다.

박은빈은 지난 6개월간 함께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떠나보낸 심정을 묻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걸 지난 20여 년간 겪어왔기 때문에 익숙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끝날 때마다 어떤 이유에서건 눈물이 났다. 그런데 이번엔 어느 작품보다도 눈물이 많이 날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왜일까 생각해보니 주연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해 6개월간 긴장의 끝을 놓지 못한 것 같다"며 "어려운 시국에 촬영을 무사히 마친 것 자체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강해 기쁨이 더 컸다. 잘 끝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마지막 방송을 봐야 비로소 실감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은빈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29세 청춘 '채송아'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연기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점에 대해 "송아가 어떤 매력이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보편적인 고민을 가진 보통 사람이고, 타고난 재능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평범함에서 나오는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아가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이라 시청자가 거리감을 느끼면 안 됐다"며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지만 불친절하지 않게, 어떤 감정인지 와닿게 표현하는 게 과제라고 생각해 하나씩 풀어갔다"고 털어놨다.

"채송아는 이 시대가 원하는 사이다 캐릭터와 거리가 멀지만 비슷한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저 역시도 공감이 많이 됐죠. 송아를 응원하시는 모든 분들이 자신을 투영시키고, 결국에는 자신의 삶도 응원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늦깍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한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늦깍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한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박은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바이올린이 현악기 중에서도 가장 고음을 내는 악기라 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들었다"며 "조금만 어설퍼도 연주신의 리얼리티가 저하될 것 같았다. 잘해보일 수 있기까지가 정말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수많은 노력 끝에 박은빈은 거의 모든 연주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 진정성과 맞닿을 수 있다는 욕심이 들어 열심히 했다"며 "작가님, 감독님도 이 정도로 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안 하신 것 같다. 나중에는 점점 더 많이 놀라셨다. 최선의 기량을 펼치고 싶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열심히 했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박은빈의 집념은 부족한 재능을 채우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채송아를 떠오르게 했다. 박은빈 역시 "누군가는 내게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타고났다고 하기엔 부끄럽다. 나는 (재능보단) 노력을 꾸준히 해온 사람"이라며 캐릭터와 닮은 점을 꼽았다.

"송아에게 가장 마음이 갔던 점은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지만 스스로 돌파해보고자 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었어요. 박준영이라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반주를 도와주겠다고 할 때도 '내 일이니까 내 힘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하잖아요. 저 역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아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이 저와 송아가 맞닿은 부분 같아요"

1998년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박은빈은 경력만 놓고 보면 중견 배우라고 할 수 있다. 경험이 쌓이며 좋은 작품을 보는 안목도 성장한 걸까. 박은빈은 전작 '스토브리그'에 이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까지 눈부신 성과를 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묻자 박은빈은 '기획의도'와 '캐릭터'를 꼽았다.

"가장 중요한 건 기획의도에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니까 촬영을 하면서도, 끝난 뒤에도 기획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시놉시스를 가장 꼼꼼하게 읽어요. 두 번째는 캐릭터에요. 기획 의도가 좋다 해도 캐릭터의 매력이 부족하면 배우로서 호흡하는 게 한계가 있고 재미도 반감되잖아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 있고, 그걸 제가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해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늦깍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한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늦깍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한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박은빈은 전작에선 야구 관련 드라마를, 이번에는 클래식 음악을 다룬 드라마를 도전했다. 그 이유를 묻자 박은빈은 "매번 다른 인물의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똑같은 것보단 새로운 걸 찾게 되고, 도전이라는 숙제가 생긴 것 같다"며 "배우 박은빈도 하나하나의 인생을 겪으면서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어떤 소재든 결국엔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스토브리그'도 이번 작품도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직업을 대입해본다면 얼마든지 보편성을 느낄 수 있어요. 항상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중 어떤 걸 전달할지 고민하죠. 이번에는 짝사랑했던 것을 열렬히 사랑한 후 정리해서 보내주는 이야기였고, 그 대상이 무엇이든 송아처럼 짝사랑을 한 사람들이라면 드라마를 보며 감정선을 따라와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2연속 흥행에 성공한 박은빈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쑥쓰러워하면서도 감사함을 표했다. 올 한해를 SBS와 동고동락한 그는 '2020 SBS 연기대상'에서의 활약을 기대하자 "20대에 받은 상이 없다. 마무리하는 입장에서 뭐든 주신다면 기쁘게 받을 것 같다"고 웃었다.

'최근 좋은 흐름이 향후 활동에 부담감은 없냐'는 물음에 박은빈은 "언제부턴가 결과를 생각하며 (작품을)선택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지나고 보면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그것에 일희일비하면 내 선택에 후회하고 자책하는 상황이 만들어져 과정을 허무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가 어떻건 내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바뀌었다. 이번 작품도 결과보단 29세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선택했다. 다행스럽게도 과정이 행복했는데 재밌게 봐주신 분들도 많아 기쁘다. 앞으로도 배우 커리어로서 더 나은 행보가 무엇일지 보다 사람 박은빈이 지치지 않고 계속 연기할 수 있는 발자국이 무엇일지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늦깍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한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늦깍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한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대 마지막 해를 알차게 보낸 박은빈은 당분간 휴식을 가지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는 누군가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냐'는 물음에 "다시 살아내는 게 힘들게 느껴질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고 답했을 정도로 20대를 숨가쁘게 달려왔단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통해 지난 10년을 되돌아본 박은빈은 자신의 20대를 이렇게 평가했다.

"스스로를 알아가며 연기할 때 안정감이 점점 두터워진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단언할 수 없고 내년에 와장창 무너질 수도 있지만 자아의 힘이 생겼어요. 20대를 부딪히면서 성장할 수 있었고, 열심히 살았던 만큼 보람 있었다란 평가를 내려주고 싶어요"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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