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악의 꽃', 지난 23일 종영
이준기, 연쇄살인마의 아들 도현수이자 금속공예가 백희성 役
애틋한 사랑부터 고난도 액션까지 탁월하게 표현
"인간 이준기를 한층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든 작품"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과거를 숨기고 신분을 바꾼 금속공예가 백희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준기. /사진제공=나무엑터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과거를 숨기고 신분을 바꾼 금속공예가 백희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준기.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저도 백희성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에요.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태프들이 '이준기는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거 같다', '딸 바보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가정이 생긴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죠. 도현수가 갓 태어난 백은하를 보고 무표정하게 '왜 우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어요. 당시 저는 감정이 없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요. 촬영 내내 아기에게 눈을 못 떼고 바라만 봤죠. 그때 촬영 감독님이 '이준기 결혼할 때 됐나 보다'라고 하더라고요."

배우 이준기의 연기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연쇄살인마의 아들 도현수라는 과거를 숨기고 신분을 바꾼 금속공예가 백희성 역으로 열연한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문채원과의 애틋한 로맨스부터 생사를 오가는 고난도 액션까지 대체 불가한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웃기고 울렸다.

‘악의 꽃’은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 백희성과 그의 아내 차지원(문채원 분)이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마주 선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준기가 연기한 백희성은 가정적인 남편이자 다정다감한 아빠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가진 인물이다. 감정이라는 단어를 잊고 산 지 수십 년이 되던 그는 차지원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2001년 광고로 데뷔한 이준기는 2005년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일지매', '투윅스', '조선 총잡이',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무법 변호사'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쌓았다.

감정을 모르는 인물인 만큼 접근하는 방식 또한 쉽지 않았을 것. 중점을 둔 점은 무엇일까. 이준기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리액션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작은 표현 하나하나가 장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 생각했다"면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카메라 감독님, 동료 배우들과 생각을 나누며 인물을 구축했다. 자칫 잘못하면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로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속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했다. 그래서 촬영전 공예 작업 영상을 찾아보고, 실제 금속공예가를 만나 짧게나마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질 수 있는 디테일을 배웠다"며 "한 가정의 따뜻한 아빠로서의 모습은 사실 애드리브가 많았다. 감독님께서 믿고 맡겨준 덕에 백은하(정서연 분)와 이런저런 장난도 치면서 꽤 많은 것을 만들었다"며 웃었다.
이준기는 극 중 부녀로 호흡을 맞춘 아역 정서연에 관해 "마지막 촬영 전날 밤새 울 만큼 정말 정이 많이 갔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이준기는 극 중 부녀로 호흡을 맞춘 아역 정서연에 관해 "마지막 촬영 전날 밤새 울 만큼 정말 정이 많이 갔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이준기는 2017년 방영된 tvN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이후 3년 만에 문채원과 재회했다. 팀원에서 부부로 나오며 절절한 멜로에 도전한 것.

두 사람 간의 호흡에 관해 이준기는 "문채원과는 '악의 꽃'에 출연하기 전에도 몇 번 만나서 각자 고민 중인 작품이나 인생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면서 "'악의 꽃' 출연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을 때 문채원이 '오빠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채원의 뜨거운 연기 열정에 감탄했다는 이준기. 그는 "현장에서의 문채원은 섬세하고 집중력이 상당히 높다. 본인이 그 감정을 해석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배우"라며 "그 덕에 연기적으로 자극도 받고 도움도 받았다. 차지원이 있었기에 도현수의 감정이 더 절실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에서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음에 꼭 맛있는 거 사줘서 기력 회복을 시켜줘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문채원 씨가 가진 멜로의 힘은 남달라요. 사랑스럽다가도 애틋하고, 또 슬프도록 처연할 때가 있죠. 그러다 보니 이전부터 문채원 씨와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감사하게도 이번 작품을 통해 멜로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었죠. 다만 '연애할 때처럼 소소하고도 행복한 일상을 더 찍어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절절한 멜로의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이죠. 함께 만들어간 멜로 호흡은 너무나 만족스러워요.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좋은 연기 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악의 꽃' 현장포토. /사진제공=tvN
'악의 꽃' 현장포토. /사진제공=tvN
앞서 '악의 꽃'을 연출한 김철규 감독은 제작발표회를 통해 "배우들끼리 너무 친해서 통제가 안 될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이준기는 "도현수의 삶을 그려내는 데 있어 많은 배우가 도와줬다. 특히 김무진 역의 서현우와는 성격적으로 잘 맞아서 극 초반 백희성의 삶을 살아가는 도현수의 이미지를 만들 때 큰 도움을 받았다"며 "(서현우가) 연기를 열정적으로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시작 전부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첫 만남을 기다렸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 착하고 성실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 맞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브로맨스 장면들이 만들어졌다"며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만나자'라고 할 정도로 좋은 동료가 됐다. 특히 배우 중 주량도 비슷해서 더 좋아하는 배우"라며 웃었다.

극 중 남매로 등장한 장희진에 관해서는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다. 한결같이 밝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인데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이 매우 깊다"면서 "이번 작품에 (장희진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안심했다. 현장에서는 나와 장난도 치면서 재밌게 놀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집중해 새로운 감정 디테일을 보여준다. 그럴 때마다 장희진의 공력에 감탄하며 '장프로'라고 불렀다. 좋은 동생이자 동료로서 현장을 한층 즐겁게 만들어준 친구"라며 칭찬했다.

또한 마지막까지 치열한 대립으로 긴장감을 배가했던 김지훈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준기는 "김지훈 형을 안 지 7~8년 정도 됐다. 하지만 연기를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김지훈 형이 중후반부터 극적인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빌런이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촬영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체가 드러난 이후에는 '역시나 칼을 갈고 있었구나' 싶었고 좋은 자극이 됐다. 워낙 성격도 밝고 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스타일이라 함께 연기할 때 정말 재밌었다"며 "심지어 장면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스타일도 비슷해서 전화로 아이디어 공유만 거의 한 시간을 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빛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배우들과 가장 많이 나눴던 말이 '참 어렵다' 였어요. '악의 꽃'은 그렇게 허술한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작품에 들어가기 앞서 배우들끼리 만나 각자가 생각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공유했어요. 모든 배우가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많은 고민이 있었던 작품이죠. 촬영이 끝난 지금도 단체 메시지 방에서는 '우리 이 어려운 작품을 잘 해낸 거 맞지?', '정말 다행이다'라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어요."
이준기는 '악의 꽃' 명대사로 16회 중 기억을 잃은 도현수가 차지원을 향해 "내가 더 잘해줄게요. 내가 더 좋아해 줄게요"라고 고백하는 대사를 꼽았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이준기는 '악의 꽃' 명대사로 16회 중 기억을 잃은 도현수가 차지원을 향해 "내가 더 잘해줄게요. 내가 더 좋아해 줄게요"라고 고백하는 대사를 꼽았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이준기의 연기 열정은 장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찔한 아파트 난간 장면부터 잔혹한 물고문 장면까지 고난도 액션들이 이준기의 극적인 열연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을까. 이준기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힘든 점은 없었다.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얼만큼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들이 장면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들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사실 이번 작품을 준비할 때 기존에 했던 액션을 10분의 1로 줄이자고 다짐했다. 평소에 보여준 액션들은 상당히 많은 합이 있어 화려하고 거칠다. 하지만 그런 액션이 이번 작품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감정에 더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어 "처절하게 내몰리는 장면들의 경우에는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시청자들이 볼 때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준기는 '악의 꽃'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11회 중 도현수의 오열 장면을 꼽았다. 이는 감정을 모르는 도현수가 처음으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이준기는 "이 장면을 그려내기까지 나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정말 고민이 많았다. 리허설을 할 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막히는 부분이 있었다"며 "완급 조절에 실패해 시청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어오던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을 깰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현수는 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초조함, 슬픔 등을 말이다.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 같은 신체적 변화로 도현수가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표면적으로 깨어난 감정이 '처음 세상을 향해 울었던 신생아 백은하와 맞닿아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막상 연기가 끝나고 나서는 너무 과하게 느껴졌을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시청자가 의도를 알아주고 감정을 함께 느껴줘서 감사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준기에게 있어 '악의 꽃'은 좋은 자양분이 된 작품이다. 감독부터 작가,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까지 소통과 교감을 통해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만들어냈기 때문인 것.

그는 "항상 작품에 임할 때 주연 배우로서 가장 최선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며 "'악의 꽃'은 인간 이준기를 한층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져요.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부터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딛고 완결로 승화시킨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함께 한 모든 분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에 감사한 지금이죠.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이 힘들어하는 시국인 만큼 작게나마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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