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JTBC '부부의 세계'에서 바람둥이 손제혁 役
김영민 "김희애와 베드신 장면 이후 '귀뚜기' 별명 생겼다"
김영민 "바람둥이에서 사랑꾼으로? 단순하기에 가능했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손제혁 역을 맡은 배우 김영민./사진제공=PR 이데아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손제혁 역을 맡은 배우 김영민./사진제공=PR 이데아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어 행운이었습니다. 비록 나쁜 놈이었지만, 배우로서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해요. 시즌2가 나온다면 저는 또 새로운 여자와 함께 있겠죠? 하하.”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배우 김영민이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부부의 세계'는 최고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김영민은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작품이 좋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스카이 캐슬’ 기록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실감이 났다”며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분위기가 들뜰 수도 있는데 모두들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했다. 차분함을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완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민은 능력 있는 회계사이자 딩크족으로, 아내 고예림(박선영 분)을 두고 툭하면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는 손제혁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능글맞은 태도와 노골적인 눈빛,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손제혁을 완벽하게 표현해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전작 ‘사랑의 불시착’에서의 귀때기(도청자) 정만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부부의 세계’까지 연이은 작품 흥행에 김영민은 “나만큼 운 좋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한편으론 겁도 난다. 작품이 항상 잘 될 수만은 없는데 내 스스로도 기대치가 높아지게 될까봐”라고 말했다.

“‘사랑의 불시착’ 후반부 촬영이 길어지면서 ‘부부의 세계’ 초반 스케줄과 겹치게 됐어요. 캐릭터 색깔이 너무 달라서 그날그날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게 너무 어려웠죠. 그래도 힘든 만큼 두 작품 모두 잘 돼서 행복합니다.”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를 "원작보다 더 확장된 작품"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PR 이데아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를 "원작보다 더 확장된 작품"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PR 이데아
‘부부의 세계’ 원작인 BBC ‘닥터 포스터’를 보고 신선함을 느꼈다는 김영민은 “‘닥터 포스터’가 한 인물을 통해 여러 상황들을 보여줬다면, ‘부부의 세계’는 좀 더 확장된 느낌”이라며 “주인공 부부의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부부들의 문제들도 보여주고, 병원에서는 여성이 느끼는 유리천장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민은 손제혁 캐릭터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내 안에 있는 나쁜 마음들을 최대한 끄집어내려고 했다. 손제혁은 바람 문제 뿐 아니라 사람 문제에 있어서도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한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아내에게 ‘심심하면 개를 키워’라고 하지 않나. 그 대사가 손제혁을 제일 잘 표현해주는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손제혁은 대학 동창인 이태오(박해준 분)의 아내 지선우(김희애 분)를 마음에 품고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김영민은 “손제혁에게 지선우는 1차적인 욕망을 넘어 사랑까지 갈 수 있는, 마음에 품은 인물”이었다며 “대본에는 서로 이겨먹으려고 하지만 지선우가 상황을 주도한다고 적혀 있었다. 나 역시 베드신에서는 지선우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태오의 회계자료를 받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잠자리이지 않나. 흔하지 않은 불륜 장면이라 어려운 연기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걱정보다는 잘 해결됐다”고 밝혔다.

“지선우가 침대에 눕히면 내가 다시 일어나고, 또 눕히면 일어나는 행동 때문에 ‘오뚜기’ 라는 말이 나왔더라고요. 덕분에 새로운 별명도 생겼어요. 귀때기에 오뚜기를 더해 ‘귀뚜기’라더라고 하던데요? 하하”
"단순하기에 바람둥이에서 사랑꾼으로 변화가 가능했다"는 김영민./사진제공=PR 이데아
"단순하기에 바람둥이에서 사랑꾼으로 변화가 가능했다"는 김영민./사진제공=PR 이데아
김영민은 김희애의 연기를 ‘완벽 이상의 완벽’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회 한회가 마지막 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감정선이 갈수록 깊어지고 밀도가 생기더라. 김희애 선배는 정말 존경스러운 배우다. 같이 연기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박해준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너무 잘 맞았다. 장면을 같이 만들어가는 게 재밌었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지질함의 합이지 않나. 둘이 싸우는 장면도 그렇다. 서로 잤다느니 뭐라느니. 하하. 단순한 남자들이다. 아내를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줬을 것”이라며 “나와 (박)해준이 중에 누가 더 욕을 많이 먹을지 궁금했는데, 그래도 내가 조금은 덜 먹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웃었다.

손제혁은 고예림에게 이혼 통보를 받고서야 아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후 자신의 진심을 고백한 손제혁은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고, 아플 때 곁을 지키며 함께 음악회도 가는 등 180도 달라진 사랑꾼의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갑작스럽다’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도 많았다.

이에 김영민은 “오히려 단순하고 1차 적인 욕구를 채우려고 하던 사람이기에 쉽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변하기 힘들다. 이러한 단순함 속에서 캐릭터의 정당성을 찾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영민 "박선영과의 이별은 멋진 결말이었다"./사진제공=PR 이데아
김영민 "박선영과의 이별은 멋진 결말이었다"./사진제공=PR 이데아
손제혁과 고예림과 결말은 새드엔딩이었다. 한번 깨진 믿음은 돌이킬 수 없었고, 고예림은 재결합 후에도 끊임없이 손제혁을 의심하게 됐다. 그 불안은 두 사람을 계속해서 갉아먹었다. 1년 후, 손제혁과 헤어진 고예림은 홀로서기를 시작했고 손제혁은 새로운 여자와 함께였다.

김영민은 “멋진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작가님도 이 부부의 결말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을 거다. 마지막에 고예림이 소파에 앉아 울면서 ‘사랑하는데 받아들여지지가 않고 용서가 안 돼’라고 말하는데 슬퍼지려 노력하지 않아도 슬퍼지더라. 손제혁도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자신의 욕심만 채울 수는 없는 입장이었으니까 놔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본에도 1년 후 만난 여자는 ‘새 여자’라고만 쓰여 있더라. 고예림이 좋아했던 티라미수를 바라보던 손제혁의 감정은 아마도 씁쓸함이었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손제혁이 이태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태오는 더 이상 가정을 못 꾸릴 것 같은 인생을 살겠지만, 손제혁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거다. 사랑은 놓쳤지만, 인생의 의미는 찾았기 때문이다. 고예림 역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이야깃거리가 오고갈 수 있는 결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부부의 세계’는 지붕 끝을 향해 내달리는 날카로운 관계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갈 곳 없는 관계가 어떤 비극을 가져올 수 있는지 아들을 잃는 지선우, 이태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죠.”
"동안 얼굴이 콤플렉스였다"는 김영민./사진제공=PR 이데아
"동안 얼굴이 콤플렉스였다"는 김영민./사진제공=PR 이데아
2008년 한 살 연상의 일간지 기자와 5년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김영민. 그는 “나 역시 똑같은 남편”이라며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의 세계’를 본 아내의 반응에 대해 묻자 김영민은 “나보고 ‘모지리’라며 등짝을 때리더라”며 웃었다.

올해 50살이 된 김영민은 동안 외모가 콤플렉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항상 또래 친구들보다 어려보이는 외모가 싫었는데 주변에서는 언제가 동안 얼굴로 덕 볼 날이 있을 거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부부의 세계’와 ‘사랑의 불시착’ 모두 어려 보여서 캐스팅 된 것 같다. 이제는 어려보이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민은 오는 6월 4일 개봉하는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연극 연출가 성우 역을 맡아 또 한 번 변화무쌍한 모습을 선보인다. ‘프랑스여자’는 당초 지난 21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여 사회적 우려가 커짐에 따라 해당일로 연기됐다.

김영민은 “일부로 맞춘 건 아닌데, 드라마 끝나고 바로 영화가 개봉된다”며 “촬영은 재작년에 끝났다. ‘프랑스여자’는 작가주의 적인 색깔이 짙다. 김호정 배우가 프랑스 여자 미라이고, 나는 그의 절친한 후배”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는 서현, 고경표, 김효진 주연의 JTBC ‘사생활’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다.

“다음 작품도 잘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연이은 흥행에 들뜨기보단 한걸음 한걸음 제대로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청률이 좋든 나쁘든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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