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빈, 넷플릭스 '인간수업' 통해 성인 첫 주연
범죄에 휘말린 일진 민희 役
욕설부터 담배까지, 파격적인 연기 변신
"경각심 일깨워주고 싶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지수(김동희 분)의 범죄에 휘말리는 일진 민희 역을 맡은 배우 정다빈.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지수(김동희 분)의 범죄에 휘말리는 일진 민희 역을 맡은 배우 정다빈. /사진제공=넷플릭스


"성인이 되고 만난 첫 작품인 만큼 부담감이 컸어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 당황스럽고 충격적이었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배우 정다빈이 성인 연기자로서의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을 통해서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정다빈은 극 중 지수(김동희 분)의 범죄에 휘말리는 일진 민희 역을 맡았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맛깔나게 표현하며 긴장감을 배가했다. 또한 아역부터 탄탄한 쌓아 올린 연기 내공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리며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2003년 아이스크림 광고로 데뷔한 정다빈은 귀여운 외모와 깜찍한 매력으로 '아이스크림 소녀'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드라마 '원더풀 라이프' '인생은 아름다워' '뿌리깊은 나무' '그녀는 예뻤다'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키스 먼저 할까요?' 등과 영화 '까불지마' '사랑이 이긴다' '여중생A' 등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인간수업'에 캐스팅되기 전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오디션을 봤다는 정다빈. 그는 "대본을 받기 전에는 어떤 역할인지 몰랐다"면서 "출연을 확정 짓고 성인이 된 뒤에 대본을 보게 됐다. 내용이 정말 충격적이었고 많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과연 이런 일이 현실에 있을까 싶으면서도 무서웠다"며 "대본을 몇 번 읽고 나서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밝혔다.

'인간수업'은 공개 일주일 만에 '오늘의 한국 톱10 콘텐츠' 1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와 관련해 한층 성숙해진 정다빈의 연기를 호평하는 반응 또한 적지 않았다.

"감독님과 선배님들, 동료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제 주변 혹은 저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감독님을 비롯한 언니, 오빠들과 대본리딩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벽을 조금씩 허물어 나갔죠."
'인간수업'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인간수업'을 통해 넷플릭스와 첫 협업을 펼친 정다빈. 그는 "넷플릭스에 나올 수 있게 돼서 영광이다. (사전제작하는) 플랫폼 특성상 작품을 촬영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며 "장면마다 쫓기지 않고 정성을 들여서 찍을 수 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플랫폼인 만큼 사회적인 이슈를 통해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게 인물을 미화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어떤 캐릭터든 관해 옹호되지 않았으면 했죠. 그래서 민희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게끔 더 세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면 제작사 대표님을 비롯한 스태프분들과 선배님들이 열린 마음으로 믿고 기다려줬죠. 그 덕에 조금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으려고 했죠."

정다빈은 극 중 캐릭터의 설정에 맞춰 욕설과 흡연을 하는 등 파격적인 변신에 도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이 작품으로 인해 내가 담배를 필까 봐 걱정하더라. 원래 대본에는 연초였는데 전자담배로 바뀐 것도 내 건강을 위해 그런 것"이라면서 "주변 사람들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희와 나는 정말 다른 인물이다. 내가 욕을 정말 못 하는 편인데 오디션 때 욕만 쓰여 있는 대본을 봤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하루종일 욕만 했다. 작품을 찍는 동안 정다빈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작가님께서 대본 리딩이 끝나고 난 후 '새로 태어나보는 건 어때요?'라고 그러더라.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인간수업'은 10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건만 다루지 않았어요.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에서 경각심을 일으켰으면 했죠.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정다빈은 '인간수업'에 함께 출연한 배우 최민수와의 호흡에 관해 "대본 리딩 때 허벅지가 다 젖을 만큼 긴장되더라"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정다빈은 '인간수업'에 함께 출연한 배우 최민수와의 호흡에 관해 "대본 리딩 때 허벅지가 다 젖을 만큼 긴장되더라"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정다빈은 '인간수업'을 찍으면서 10대 성매매를 중점적으로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n번방' 사건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사건을 접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1년 전에 찍은 드라마가 우연치 않게 그 사건의 발생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인간수업'을 통해 발화점이 돼서 관심을 두고 해결책을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까 대본으로 봤을 때보다 더 찝찝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은 누구든 죄를 지었을 때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었죠. 지금까지 총 4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에요."

공개된 작품을 보고 자신에 대한 부족함을 깨달았다는 정다빈. 그는 "한편으로는 1년 전의 정다빈과 서민희가 정말 푹 빠져서 연기했기 때문에 저만큼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면서 "혹여나 시즌2가 나온다면 내 한 몸 다 바쳐서 연기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다빈은 "내가 가장 막내였다. 3개월 정도 대본 리딩을 했는데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김동희 오빠는 촬영장에서 정말 말을 안 했다. 나와의 극 중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주현 언니와는 나이 차이가 있어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촬영이 끝나고 난 후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에 밤새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마음으로 통했던 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윤수 오빠는 제일 나중에 합류했다. 그런데도 일진처럼 연기를 잘하더라"라면서 "너무 화가 나서 한 대 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제 필모그래피에 '인간수업'이 들어가게 돼서 너무 뿌듯해요. 서민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대중들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얘는 뭘 해도 어울리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신중하게 노력할 거예요."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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