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난 배우 류경수가 JTBC ‘이태원 클라쓰’의 인기 요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극중 류경수는 박새로이(박서준 분)의 새로운 꿈과 함께 ‘단밤’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최승권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거칠었던 과거 모습과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표정과 눈빛, 행동으로 디테일하게 풀어내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류경수는 “원작 웹툰이 연재될 때부터 팬이었다. 드라마로 만들면 잘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출연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는지 묻자 류경수는 “감독님께서 드라마 ‘자백’을 보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만나 뵙고 대본을 읽은 뒤 캐스팅됐다”며 “감독님 말씀으로는 무겁고 진중한 모습이랑 코미디적인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류경수는 “배역을 맡으면 캐릭터가 살아온 환경, 주변 인물들에게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며 “이 인물이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왜 포차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할까 등 말이다. 아마도 최승권은 제대로 살고 싶어 했었을 것 같다. 미래도 없이 조폭 생활만 하다 얻은 새 삶이지 않나. 그래서 모든 게 다 재밌고 흥미롭게 느껴졌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승권은 복잡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단순하고 엉뚱하죠. 그렇지만 자기 식구는 챙기는 의리 있는 남자입니다. 그게 매력이죠.(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는 “15회 때 큰형님(원현준 분)을 찾아가는 장면”이라며 “최승권이라는 사람이 제대로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 가장 인상 깊다. 예전 같았으면 주먹부터 나갔을 텐데 이제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지 않나. 정말 새 삶을 살고 있고,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박새로이와 그의 아버지(손현주 분)가 만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류경수는 “어느 하나 고를 수 없을 정도다. 아버지의 부재에서 느껴지는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특히 손현주 선배님이 다리를 건너면서 잠시 멈칫하고 가는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차마 뒤는 못 돌아보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류경수는 “‘이태원 클라쓰’에 캐스팅된 후 박서준 형과 처음으로 같이 만나 밥을 먹으러 가는 데, 박서준 형이 '경수가 잘 돼서 너무 좋다“고 말해줬다”며 “감동 받았다. ‘청년경찰’ 찍고 나서 ‘사자’에서 만났을 때 나를 기억 못할 줄 알았는데 다 기억 하더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훨씬 많이 친해졌다. 박서준 형은 현장에서도 분위기를 재밌게 하려고 하는 분위기 메이커”라며 “김다미는 리액션이 굉장히 좋아서 계속 웃기고 싶다. 크리스 라이언도 그 만의 개그 스타일이 있다. 김동희는 나를 되게 많이 쫓아다녔다. 너무 귀여웠다”며 웃었다.
“제 삶의 주체가 저인 게 당연한, 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강민정(김혜은 분) 이사에게 박새로이가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장면 속 대사다. 장가를 향한 복수를 위해 강 이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박새로이는 앞으로 자신의 목표와 소신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류경수가 가지고 있는 ‘소신’은 무엇일까.
“배우는 배우라는 직업 정신이 두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선생님은 학생을 가르치듯, 배우는 좋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줘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피나는 준비와 연습이 있어야겠죠. 역할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요.”
이어 류경수는 “막막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주변의 응원 덕분 이었다”며 “넘어질 만하면 잡아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배역을 얻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류경수. 그는 “어렸을 적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어머니가 뮤지컬, 연극도 보여주고 영화관도 같이 갔다. 그런 문화들을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류경수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조선인이지만 일본 교도소 헌병이 되고 싶어 자진하여 들어온 친일파 니시다 역을 맡았다. 류경수는 “촬영 나갈 때마다 무겁고 진중한 마음으로 임했다”며 “아픈 역사를 많은 사람들한테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강렬한 인상이 배역의 한계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없었을까. 류경수는 “전혀 고민해보지 않았다”며 “인물을 연기할 때 내면도 중요하지만 겉모습도 중요하다. 그러나 겉모습은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등으로 충분히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리고 그걸 내가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도 있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욕심나는 장르와 캐릭터를 묻자 류경수는 “코미디도 좋고, 사극도 좋다. 역사의 실존인물도 연기해보고 싶다. 특히 박찬욱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며 “박찬욱 감독님의 ‘올드보이’가 나의 인생 영화다. 봐도 봐도 새로운 모습들이 보인다”고 치켜세웠다.
류경수는 “이런 제작 방식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심지어 기존의 찍어놓은 단편영화 뒤에 새로운 이야기를 붙이는 형식”이라며 “나는 취업 준비생인데, 생계를 위해 무속인이 되는 인물이라 실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근원(안보현 분)의 뺑소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박새로이의 복수 계획은 15년짜리였다. 배우 류경수의 15년짜리 계획을 묻자 류경수는 “평생 연기하는 게 소원인데 15년이요?”라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쉬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으며 연기하고 싶어요.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저는 답안지가 있어도 보고 싶지 않거든요.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 하면서 온 몸으로 습득하고 싶습니다. 15년 안에 주연배우요? 그런 건 전혀 상관없어요. 작은 배역이라도 맡겨만 주면 감사하죠. 관객들이 저를 보셨을 때 진실 되게 연기한다 생각만 해줘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