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방법'에서 저주를 거는 능력을 지닌 10대 소녀 방법사 백소진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정지소.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tvN 월화드라마 '방법'에서 저주를 거는 능력을 지닌 10대 소녀 방법사 백소진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정지소.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맨날 아역만 하다가 처음으로 제 아역을 만났어요. 그만큼 감회가 색달랐죠. 하는 행동이 마냥 예쁘고 귀여웠어요. 예전에 성인 역할을 맡았던 선배님들도 저를 이렇게 봤을까 싶더라고요."

누군가의 아역으로 기억됐던 정지소가 어엿한 주연 배우로 성장했다. tvN 월화드라마 '방법'을 통해서다. 극 중 저주를 거는 능력을 지닌 10대 소녀 방법사 백소진 역으로 열연했다. 그에게 있어 '방법'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다. 생소한 소재부터 머리를 짧게 자르는 파격 변신까지 낯선 시도였지만, 선배들과의 호흡은 배우 인생에 큰 자산이 됐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정지소를 만나 ‘방법’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SNS에서 '얘가 걔야?'라는 댓글을 봤어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변신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로망인데, 그런 댓글을 보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정지소에게 지난 1년은 남다른 시간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선균 분)의 첫째 딸 다혜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첫 드라마 주연을 맡으며 주목받았다. 갓 데뷔한 신인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그는 단역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데뷔 9년 차에 접어든 배우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한 정지소. 그는 MBC 드라마 '메이퀸'(2012)으로 데뷔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던 그는 '기생충'에 출연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대학교 1학년 때는 휴학이 안 된다고 그래서 자퇴를 결정했어요. 망설일 법도 하지만 그때는 '기생충' 밖에 안 보였죠. 그렇다고 자퇴를 후회하진 않아요. 학업은 언제든 도전할 수 있지만, 기회는 도전한다고 도전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평소 혼자 있을 때도 오컬트물을 찾아볼 정도로 좋아한다는 정지소. 그는 '방법' 대본을 보자마자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오디션에서 보여줄 대사를 통으로 외우고, 머리를 짧게 잘라야 된다는 김용완 감독의 말에 "삭발도 할 수 있다"며 엄청난 열의를 보였다.

"백소진 같은 캐릭터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에게 조르듯이 어필했죠. 죽기 살기로 대본을 외워서 '소진이를 이렇게 열심히 분석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오디션 당시 3명의 후보자가 있었는데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저를 골랐다고 하더라고요."
'방법' 스틸컷. /사진제공=tvN
'방법' 스틸컷. /사진제공=tvN
극 중 백소진은 무당의 딸로 태어나 저주의 능력을 갖고 태어난 방법사다. 진종현(성동일 분) 회장에게 죽임을 당한 엄마 석희(김신록 분)의 복수를 꿈꾸며 임진희(엄지원 분)와 짜릿한 공조를 펼친다. 정지소는 짧은 머리에 날 선 눈빛으로 몰입도를 높이며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했다. 성동일, 엄지원, 조민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에도 전혀 밀리지 않으며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방법이라는 소재를 처음 접하다 보니 캐릭터에 접근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만큼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가졌죠. 감독님께서 영화 '패닉룸' '렛미인' 등을 참고하라고 했어요.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편하게 물어볼 수 있게 해줘서 캐릭터를 이해하기 편했죠."

캐릭터를 연기할 때 말투와 눈빛에 중점을 뒀다는 정지소. 툭툭 내뱉는 말투나 날카로운 눈빛, 어두운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몸이 따라주질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의 도움으로 고민을 해결해나갔다. 그는 "고민이 생기면 말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연기가 막힐 때마다 선배님들이 먼저 다가와 내 입장에 맞춰 조언해줬다"면서 "극 중 방법할 때 음향, CG, 편집 등이 합쳐져 멋있게 표현됐다. 그러나 막상 하는 건 라이터나 손가락을 잡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혼자 폼만 잡고 거저먹는 게 아닌가 싶어 좌불안석이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평소 동경하던 선배들과 한 작품에 출연한 게 실감 나질 않는다는 정지소. 캐릭터를 연기하러 온다기보다는 선배들을 '덕질(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것)'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천보산에서 진종현 회장과 대립할 때였어요. 백소진의 감정이 분출하는 장면이었죠. 넓은 공간에서 촬영하다 보니 같은 장면을 연속으로 여러 번 찍었어요. 불도저 같은 스타일이라 얼굴이 안 나와도 감정을 쏟아내는 편인데, 에너지를 많이 분출하다 보니 정작 제 얼굴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힘을 실지 못했죠. 이러다 장면을 망치면 어떡하나 싶더라고요. 성동일 선배님이 감독님에게 이 장면은 저를 위한 장면이니까 제 힘이 빠지기 전에 얼굴부터 찍자고 그랬어요. 선배님이 챙겨준 만큼 이 악물고 연기해야겠다 싶었죠."

'방법'에서 명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지하철에서 벌어진 백소진의 진경(조민수 분) 방법신이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섬뜩한 최후를 맞은 조민수의 모습은 평균 시청률 5%를 기록하며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정지소는 조민수의 진심 어린 조언 덕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대본 리딩 때 조민수 선배님을 처음 만났어요. 선배님의 카리스마에 심장이 떨려서 말도 잘 못하겠더라고요. 무언가를 물어보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근데 선배님께서 친구처럼 장난도 치면서 사적인 고민을 많이 들어줬어요. 장면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도 해줬죠.

극 중 '운명공동체'라고 일컬을 만큼 엄지원과 호흡하는 장면이 많았던 정지소. 마지막 촬영 날에는 엄지원을 부둥겨 안고 계속 울었다고 했다. 그는 "엄지원 선배님은 내가 무얼 하든 간에 칭찬해줬다. 그러면 괜히 들떠서 잘하고 싶은 의지가 생기더라. 과분할 정도로 많이 예뻐해줬다"면서 "원래 작품이 끝나도 안 우는데 그 날만큼은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헤어지기 싫어서 어리광을 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지소는 해보고 싶은 장르로 하이틴 로맨스를 꼽았다.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정지소는 해보고 싶은 장르로 하이틴 로맨스를 꼽았다.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극 중 백소진의 빨간 후드티는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다. 첫 방송부터 11회까지 단 한 번의 의상 교체 없이 갈 만큼 상징성을 띄었다. 시청자들은 '빨간 후드 좀 갈아입어라'라는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회에서는 빨간 후드티에서 체크 코트로 갈아입으며 작품의 끝을 나타냈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냐는 물음에 정지소는 "그래도 한 번은 (옷을) 갈아입는구나 싶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도 내가 빨간 옷을 안 입고 있어서 낯설어했다"면서 "나름 백소진의 상징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것 또한 감독님의 연출이고 큰 그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는 점이 캐릭터와 닮았다는 정지소. 그는 "백소진의 목표는 복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만큼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면서 "나도 목표를 잡으면 그걸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정지소는 롤모델로 틸타 스윈튼을 꼽았다. 그는 "요즘 사랑에 빠진 배우다. 작품을 보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 사람이 된 것 같다"면서 "내 목표가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다. 거기에 적합한 배우"라고 설명했다.

첫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상호 작가는 시청률 3%가 넘으면 시즌2를 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방법' 마지막 회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정지소는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시즌2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저도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들었어요. 어쩐지 대본이 처음 나왔을 때 결말이 긴가민가하더라고요. 작가님은 다 계획이 있구나 싶었죠. 시즌2 연락이 온다면 당연히 해야죠."

'방법'은 정지소에게 배우로서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준 작품이다. 많은 배우를 만나 연기 노하우와 경험을 배웠기 때문인 것. 그는 활짝 웃으며 차기작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 드라마를 응원해준 분들에게 감사해요. 그 덕에 힘입어서 열심히 찍을 수 있었어요. 대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걸 배우게 돼 영광이었죠."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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