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재인>, 동화 그 이상이 될 수 있을까
, 동화 그 이상이 될 수 있을까" /> 6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재인(박민영)이 돌아오자 17년간 의식이 없던 어머니 은주(장영남)도 ‘기적’적으로 눈을 뜨고 “재인이가 돌아 왔어요”라 말한다. 이 기막힌 타이밍을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정체성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구김 없는 주인공과 범상치 않은 조력자들, 겹겹이 쌓인 우연의 연속, 지나치게 명확한 선악구도까지. 이정섭 감독-강은경 작가의 전작 가 그랬던 것처럼, 나쁜 세상에서 착한 주인공이 승리하는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문제는 그 해피엔딩을 통해 제시할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는 ‘나쁜 세상’의 지배질서인 폭력의 맞은편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빵’이라는 대안적 가치를 제시했다. 그것은 기만적일지언정 극의 논리 안에서 유효했다. 그러나 계급이 고착화된 오늘을 배경으로 한 에서 ‘나쁜 세상’을 나쁘게 만드는 것은 돈이고, 그것을 뛰어 넘을 가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재인이 고아가 된 것도, 영광(천정명)이 인우(이장우)에게 무시 당하는 것도 돈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택하는 수단 또한 돈이다. 인철(박성웅)이 옷값을 들먹이며 재인에게 무례하게 구는 손님을 물리치는 수단도 돈이고, 재인과 영광이 내키지 않는 일자리를 택하는 이유 또한 돈이다. 드라마는 영광과 재인을 유사가족으로 묶어 ‘힘들 때 옆에 있어 줄 가족’이라는 가치를 제시하지만, 당장 그 가족조차 빚 3500만 원을 대신 갚아주는 거래를 통해 재인을 승인한다. 돈이 계급과 운명을 결정하는 ‘나쁜 세상’에 대한 답이 ‘착하게’ 돈을 벌어 행복을 찾는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건 대안이 아니라 항복이다. 그래서 “자신이 희망하는 연봉만큼 벽돌을 채워 넣으라”는 허영도(이문식) 팀장의 말에 포대 가득 벽돌을 채워 넣는 영광을 보여주는 예고편은 아직 불안하다. 과연 은 불의의 세상에 대한 건강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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