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재인>,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잔혹동화
,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잔혹동화" /> 3회 KBS2 밤 9시 55분
“운명은 피할 수 있어도 인연은 피할 수 없다. 악연이든, 필연이든.” 3회에는 유독 ‘인연’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재인의 아버지(안내상)가 죽은 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던 등장인물들이 다시 실타래처럼 얽히기 시작했고, 의미심장하게도 그들이 모인 장소는 어른들이 벌인 음모의 가장 큰 피해자인 재인(박민영)이 일하는 병원이었다. 돈과 권력 때문에 친구의 죽음을 묵인했던 서재명(손창민)은 아들 병문안을 가는 길에 “네가 언제까지 과연 그 영화를 누릴 수 있을꼬?”라는 환청에 시달리고, 아버지의 우월한 계급을 앞세워 친구를 멸시했던 서인우(이장우)는 환자복을 입고도 아버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지 못한다. 서재명-서인우 부자에게 병원은 치유의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벌을 받거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공간인 셈이다.

결국 은 초반부터 인과응보, 권선징악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강조한다. 비록 그것이 1차원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 끝까지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을 둘러싼 오해를 풀어나가는 방식만큼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인은 영광(천정명)의 아버지 김인배(이기영)를 친아버지로 오해하지만, “저는 그 아이(재인)를 모질게 버렸는데 그 아이는 제 아들을 살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김인배는 재인에게 직접 진실을 털어놓는 대신 서재명을 끌어들인다. 과거 음모를 주도했던 서재명이 개입한 이상, 재인의 등장이 어른들의 속죄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가장 단순한 교훈을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은 앞이 훤히 내다보이면서도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드라마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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