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게 살거야>, 문영남표 막장 드라마를 기대하지 마세요
, 문영남표 막장 드라마를 기대하지 마세요" /> 4회 SBS 토-일 밤 9시 50분
문영남 드라마가 돌아왔다. 최근 그녀의 작품들을 생각했을 때 특유의 작명법과 사단을 가동시킨 이번 드라마 역시 초반부터 ‘막장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예상했지만, 는 그런 우려와는 달리 KBS 에 더 가깝다. 바람나 가출한 남편 대신 홀로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며 신산한 삶을 살다가 폐암 선고를 받는 모성애(이효춘)는 맹순이(최진실)의 노년판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가부장적 가족제도 아래서 남자들이 ‘폼나게 살려고’ 애쓰는 동안 그 그늘에서 ‘억척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초상. 문영남 작가는 거기에 다시 한 번 시한부인생이라는 소재를 끌어오되 이번엔 존엄사라는 사회적 이슈를 통해 문제의식을 확장한다는 각오를 선보인다.

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엄마와 딸의 관계다. 장녀이나 집안의 트러블메이커인 나노라(김희정)와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는 차녀 나아라(윤세인)는 정반대의 캐릭터지만 사실은 엄마인 성애의 희생적 모습을 양분한 인물들과도 같다. 아들 교육과 뒷바라지가 더 중시된 가족 안에서 노라는 중학교마저 중퇴한 뒤 희생만 하다가 참지 못해 집을 뛰쳐나왔고, 아라는 그런 장녀의 공백까지 묵묵히 감당하며 엄마를 돕다가 노처녀가 된다. 그런 딸들의 고민과 상처가 한꺼번에 오열로 터져 나왔던 어제 4회가 엄마의 폐암 가능성 통보로 마무리된 것은 이 여성들의 삶이 결국은 하나의 모습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존엄사’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 혹은 견해”다. 는 그 이전에 가부장제 하 여성이 처한 현실의 ‘최소한의 품위’와 ‘존엄’을 묻는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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