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OP로드쇼 >, 진부하고 민망한 관치방송
, 진부하고 민망한 관치방송" /> 1회 MBC 밤 11시 5분
장황하면서도 모호하다. 리얼로드 엔터다큐 버라이어티 라는 수식어와 제목은 이 모든 것이 맥락 없이 뒤섞인 프로그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커버댄스’는 팬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춤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아이돌 가수들을 접하게 된 해외 팬들 사이에서 커버댄스가 인기를 끌자 정부는 세계 커버댄스 대회를 개최했다. 사실 단순히 의상이나 안무를 ‘카피’하는 커버댄스는 콘텐츠로서 빈약할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갖지만 이 프로그램은 토대의 약점을 보완하는 대신 몸집을 부풀리고 목청을 높인다.

물론 브라질과 우크라이나에서 한국 가요를 따라 부르거나 한국 음식을 먹는 외국인들을 보며 감동이나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백여 명의 한국 아이돌 팬들이 ‘링딩동’에 맞춰 플래시 몹을 하는 것이 “(K-POP이) 러시아 젊은이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는 근거가 될 수 없듯, “소녀시대 음악으로 하나가 된 러시아”라는 자막처럼 끊임없이 한류의 위력을 ‘주입’시키는 프로그램의 방향은 지나치게 호들갑스럽다. 게다가 영상과 음악의 싱크도 제대로 맞지 않고, 잦은 교차편집으로 무대 자체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커버댄스 대회는 치열한 심사의 과정도,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그들만의 페스티벌이 되고 말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 그저 늘씬한 외국인들이 miss A의 춤을 ‘비슷’하게 춘다고 해서 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빅토르 최를 잠시 언급한다고 해서, 외국인들을 모아 놓고 ‘아리랑’을 부른다고 해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K-POP은 분명 작지만 흥미로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 정부와 방송사의 방식은 진부하다 못해 민망할 정도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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