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인간의 진심이 다가오는 순간
, 인간의 진심이 다가오는 순간" /> KBS2 밤 11시 5분
90분은 너무 길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명창의 아들로 태어나 ‘얼굴 없는 가수’로 등장해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 루머에 휘말리며 대중과 멀어졌던 가수 조관우는 토크쇼의 주인공이 되기에 차고 넘치는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다. 물론 MBC ‘나는 가수다’에서 긴장을 심하게 하고 방송을 낯설어하는 모습이 드러났던 대로 조관우는 드라마틱한 개인사를 효과적으로 포장할 만큼 능숙한 언변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상처 많았던 성장기에 대한 서툰 고백과 특유의 ‘경청’ 분위기가 맞아떨어지며 분위기는 점점 궤도에 올랐다.

오프닝에서 이미 누구인지가 알려져 다소 김이 샜음에도 ‘몰래 온 손님’ 조통달의 등장이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앞서 말한 아버지와의 관계가 다양한 갈등 요소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헤어져 어린 아들이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도록 방치했던, 그러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아들을 사랑했던, 예인의 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아들이 음악 하는 것을 반대했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누구보다 존경해 온 아들은 스튜디오에서 극과 극의 성격만큼이나 대조적인 방식으로 화해를 시도했다. ‘조통달’과 ‘늪’이라는 키워드로 나뉘어 진행된 토크는 KBS 과 MBC ‘무릎 팍 도사’를 이어붙인 것처럼 다소 어색한 전개를 보였고 갑자기 툭 잘린 듯한 마무리도 아쉬웠지만 한 인간의 진심이 브라운관을 넘어 다가오는 순간이 어제의 에는 있었다. “야가 뭔 죽을 일이 있다면 내가 대신 죽을 수도 있어요.” (조통달), “(루머에 대해) 억울했지만 억울한 건 없어요.” (조관우)라는 말은 상처투성이 인생을 지금껏 살아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답이었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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