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를 지켜라>, 재벌 클리셰를 깨부수는 로맨틱 코미디
, 재벌 클리셰를 깨부수는 로맨틱 코미디" /> 5회 SBS 밤 9시 50분
에서 재벌 2, 3세라는 설정은 인물들의 계급 차를 강조하기 위한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대로 회사를 물려받기 때문에 보통의 부모자식관계보다 의존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재벌의 세계를 묘사해 철들지 않거나 미숙한 이들의 캐릭터를 납득시킨다. 이는 차지헌(지성)의 아버지인 차봉만 회장(박영규)이나 지헌과 DN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촌 차무원(김재중), 그룹을 위해 집안 좋은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P그룹 장녀 서나윤(왕지혜) 모두 ‘엄마’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들로 표현되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이들 중 가장 유치하고 어린 행동을 보이는 인물은 ‘엄마’가 부재하는 차지헌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공황장애가 있는 지헌이 사람 많은 곳에서 발작을 일으켰을 때 꼭 안아주거나, 테마파크 프레젠테이션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 준 비서 노은설(최강희)이다. 그래서, 지헌이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준 은설을 사랑하게 되는 것 또한 납득 가능한 귀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사 모자관계 같았던 재벌 3세 본부장과 비서의 관계는 로맨스를 촉발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반면 지헌이 은설에게 사랑을 고백한 5회는 어린아이처럼 사랑을 조르는 지헌과 생계에 목매는 은설의 현실적인 모습을 대비시켜 로맨스의 흥미를 배가하는 장치가 된다. 물론 마음대로 고백한 후 은설이 거절하자 “꼭 다시 생각하게 해주겠다”는 지헌이나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어떡하냐”고 거절하는 은설의 모습은 MBC 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느끼게도 한다. 하지만 재벌이라는 소재를 관습적으로 낭비하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도 는 흥미로운 로맨틱 코미디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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