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프로야구 넥센 대 롯데>, 심수창이 쏘아올린 작은 공
, 심수창이 쏘아올린 작은 공" /> 화 MBC LIFE 저녁 6시 30분
드래곤볼 7개가 모아져야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7개 타 팀 팬들의 염원이 모아져야 넥센 심수창의 첫 승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8연패, 그리고 786일만의 선발승. 어제 심수창이 거둔 1승은 숫자만으로도 어딘가 압도적인 기록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프로야구 팬들이, 심지어 넥센의 상대였던 롯데 팬들조차 한 마음이 되어 한 선수의 1승을 기원하고, 또 축하해주는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적어도 10승은 채워야 에이스로 분류될 수 있는 이 바닥에서 단 1승만으로 눈물을 흘리며 ‘제 2의 야구 생활’을 말하는 모습이 호들갑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괜찮다. 심수창이라면 그래도 된다.

단지 그가 잘생겨서(물론 무척 중요한 이유다), 혹은 잘 던지고도 타선이 침묵하거나 불펜이 승리 여건을 날려먹었던 불운 때문만은 아니다. LG는 지난달 31일 투수력 강화를 위해 넥센과의 2 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불펜 전력 송신영과 유망주 김성현을 내놓은 넥센 입장에서도 속이 쓰릴 일이지만, 졸지에 전력 외 인원이 되어 떠나게 된 심수창, 그리고 그런 그를 꾸준히 응원해주던 팬들 역시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특히 8위를 기록했던 2006년 암흑기에 10승을 올려준 투수가 그였다는 걸 떠올리면 더더욱. 물론 팬들 역시 우리 팀이 강해지는 걸 바란다. 하지만 우리 팀을 이루는 건 우리 선수다. 타 팀 팬들도 안다. 이것이 언제든 자기네 팀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하여 심수창의 부활투는 야구팬 모두의 문제가 된다. 구단의 계산기와는 별개로, 팬은 우리 선수의 이기지 못한 경기까지 끌어안고, 선수는 최선으로 보답한다. 이 유대감은 프로야구의 가장 본질적인 팬덤이다. 2회부터 계속된 0의 행진이 9회까지 기록되며 심수창의 1승이 확정됐을 때, 그가 눈물을 흘릴 때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이. 이겨줘서, 고맙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