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며느리>, 8시 15분의 흔치 않은 기적
, 8시 15분의 흔치 않은 기적" /> 월-금 MBC 오후 8시 15분
금실(임예진)은 조카며느리인 영심(신애라)이 퀸스그룹의 차남 신우(박윤재)와 사귀는 일을 두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있을 수가 있더라”라고 말한다. 에서는 정말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와 우연이 겹쳐 일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매 회마다 사건 사고가 벌어져야 하고 모든 관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일일드라마의 세계란 너무나 좁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일드라마에서는 이미 벌어진 갈등을 또 다시 불러와 반복하는 경우가 흔하고, 는 서로 얽혀있더라도 일단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그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왔다.

하지만 영심의 시어머니 혜자(김보연)에게 둘의 사이가 발각된 지 단 1회 만에 신우의 어머니 명주(김동주)도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는 똑같은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혜자는 신우에게, 명주는 영심에게 헤어지라고 말하지만 이 둘은 분명히 다르다. 혜자는 행복하지 않은 신우네 가정을 감당해야 할 영심을 염려하고, 명주는 “과부 주제에 꽃뱀짓”으로 제 아들을 꾀어낸 영심을 비난한다. 같은 사건을 대하는 둘의 태도를 대조하면서 인물을 구분 짓는 기준이 선과 악이 아니라 성숙된 인격을 가진 인간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는 ‘일일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에서 더 자극적인 것을 끌어내기보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현실성을 끌어낸다. 이는 계속 사건을 만들고 전개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일일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방식이다. 의 며느리들은 여전히 종가라는 보수적인 공간 안에 갇혀있지만, 적어도 만월당의 여인들은 한 인간으로서 성숙된 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선택한 것을 책임질 줄 안다. 이 드라마 속 며느리들이 ‘불굴’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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