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자>, 직업의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 직업의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 월-화 EBS 오후 10시 40분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그것이 방송의 소재일 때는 특히 그러하다. 기술을 연마하여 스스로를 단련해야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직업에는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SBS 이 이러한 드라마를 미션과 도전을 통해 버라이어티 쇼적으로 풀어낸다면, EBS 는 보다 정통한 방식으로 직업의 실체를 조망한다. 자동차 판매왕, 국과수 원장,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다루지만, 방송이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방식은 한결같다. 업계 외부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직업인의 업무를 소개하는 동시에 분야의 장인인 주인공의 태도를 통해 성실함과 도전정신, 인내심과 같은 미덕을 고취시키는 식이다. 특별히 색다른 연출이 가미되지 않지만, 방송은 색다른 직업을 조망하는 것만으로 흥미를 유발해야 하는 정체성에 충실하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의 각자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팝핀댄스 안무가 남현준을 주인공으로 한 어제의 방송은 정해진 트루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남현준이 맥락없이 춤을 추는 영상 위로 흐르는 일방적인 내레이션은 피상적이었으며, 그가 안무가로서 하는 작업들은 두서없이 나열될 뿐이었다. 특히 방송은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며 무대에 오르는 남현준의 열정을 설명함에 있어서 이것이 직업의식인지 예술적 투혼인지조차 정의하지 못하고 있었다. 삼십분 가량의 방송 시간 동안 남현준은 연습실에서, 거리에서, 공연장에서 계속 춤을 췄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그가 성실한 댄서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지만, 직업인으로서 남현준의 실질적인 고민과 희망을 공유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단지 방송은 “춤은 곧 삶이고 희망”이라고 말할 뿐 우리가 몰랐던 그의 삶도 희망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예고를 통해 방송은 남현준의 가족과 그의 스승 격인 이주노가 등장할 것을 알렸다. 같은 방식이라면 누가 출연하든 무의미 할 것이다. 보여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이야기 할 때는 보여주지 않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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