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서영이>, 상처 함부로 덮어버리지 마라
45-46회 KBS2 토-일저녁 7시 55분

다섯 줄 요약
서영(이보영)과 삼재(천호진)의 큰 갈등을 중심으로 서영과 우재(이상윤), 호정(최윤영)과 상우(박해진) 등 인물들을 둘러 싼 갈등의 실타래가찬찬히 풀리고 있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상우의 마음을 의무감으로 오해한 호정은 서영을 찾아가고, 상우가 연락이 닿지 않는 호정을 걱정하는 걸 안 서영을 통해 둘은 오해를 푼다. 한편, 서영은 짐을 정리하던 중 결혼식 방명록에 쓰인 삼재의 이름을 보고 아버지가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했음을 알게 된다.



리뷰
어떤 상처는 헤집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 많은 드라마가 더 자극적인 갈등을 위해 작위적인 설정과 복잡하게 꼬인 관계에는 공을 들인다. 하지만 결말에 이르러 용서와 화해라는 쉬운 가위로 갈등의 실타래를 싹둑 잘라버린다. <내 딸 서영이> 역시 거짓말과 복잡하게 얽힌 관계 등 갈등을 만드는 방식은 다소 진부했다. 하지만 갈등에 얽혀 들어가는 인물들에게 행동의 이유를 성실히 부여했고, 이는 갈등을 극복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재는 서영에게 “너무 자책하지 마. 다 지난 일이야”라고 말하지만 드라마는 그녀가 상우와 미경의 관계,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한 삼재의 상처까지 모두 알게 한다. 서영의 상처를 측은해하는 만큼 그녀가 자신을 지켜주려고 애썼던 사람들의 마음을 대면하고 죄책감과 고마움을 느끼는 것에서 재생의 실마리를 찾게 하는 것이다. 서영만이 아니다. 극 중 가장 작위적인 관계를 맺은 호정과상우는무작정 참기만 하던 호정이 속마음을 털어 놓아관계를 재정립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선(김혜옥)의 이혼 선언도 중년 부부의 흔한 갈등에 머물지 않고 강압적 가부장 기범(최정우)의 변화를 통한 근본적 해결의 가능성을 맞는다. 이처럼 상처를 대충 봉합한 채 어색한 해피엔딩으로 내달리지 않는 것이 <내 딸 서영이>의 가장 큰 미덕이다.그리고이를 통해막장과 진부함의 진흙탕에서 가족극을 구해내려는 이 작품의 노력이 의미를 갖게 된다.



수다 포인트
– 서영이 부르면 언제든지 어디서든 나타난다! 우재맨! 전 부인을 몰래 지켜보느라 겨울 산을 양복에 구두 차림으로 올라 추위에 벌벌 떤 이 남자. 글로 보면 스토커 같지만 그냥 좀 주도면밀한 순정남입니다.
– “배가 좀 안 좋네”라는 삼재의 말에 나쁜 예감이 스멀스멀. 설마 4회 남겨 놓고 ‘아버지 중병-딸과의 극적 화해’ 신공을 펼치는 건 아니겠죠? 에이, 설마,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 “사장님 어디 가셨나요?” “집 나간 사모님 찾아가셨습니다.” “그럼, 부사장님은요?” “헤어진 전 부인따라서 산에 가셨습니다.” 이렇게 위너스 임직원들은 결재 서류를 든 채 망부석이 되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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