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로맨스보다는 삶
다섯 줄 요약

1-2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도박사 오수(조인성)는 횡령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다. 나와 보니 집은 빼앗겼고 함께 살던 동명이인 파출부 오수(이재우)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상황. 백일 안에 못 갚으면 목숨으로 대신해야 할 빚 78억만 남은 그에게, 장 변호사(김규철)가 찾아온다. PL그룹 아들 오수 아니냐고, 어릴 때 헤어진 동생 오영(송혜교)을 지켜줄 이가 필요하다고. 수는 그제야 생전 파출부 오수의 말이 허풍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돈이 급한 수는 자신이 그인 척 하지만, 정작 앞 못 보는 동생 영은 마음의 상처 탓인지 수를 차갑게 대하며 경계한다.

리뷰

이미 영화로 리메이크된 바 있지만, 원작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은 리메이크하기 좋은 작품이 아니다. 한국에선 생소한 호스트라는 직업, 판타지에 가까운 부호의 대저택 같은 설정도 소화하기 쉬운 건 아니지만,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컬트적인 인기를 모으며 신화화된 원작의 존재 자체가 더 큰 걸림돌이다. 다행히 노희경은 이런 함정들을 어느 정도 피해간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원작의 인물 관계를 그대로 가져오되, 속내를 감추던 원작의 인물들에 비해 더 간절하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노희경 특유의 인물들을 내세운다. 희망 없이 되는 대로 사는 남자 수와,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영, 그리고 수의 조력자 진성(김범)의 정서적 구도는 원작의 것이기 이전에, 노희경-김규태 콤비의 전작 JTBC <빠담빠담 -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의 강칠(정우성)과 지나(한지민), 국수(김범)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로맨스에 방점이 찍힌 원작과 달리, 노희경의 인물들이 그려낼 서사는 그의 전작들처럼 망가진 생을 복원하며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이야기에 가까울 것이라 조심스레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원작의 리메이크를 결정한 거라면, 원작과의 차별성이나 캐릭터 구축 면에서일단 첫 단추는 제대로 끼운 셈이다.

수다포인트

– 이민호, 정우성에 이어 조인성의 사이드킥이 된 김범 씨. 조각미남 콜렉션 중이신 건가요.

– 지센은 <내 딸 서영이>에 PPL을 하고 ‘회장이 술김에 비서와 자서 애를 만들었다’는 설정을 받았고, 파크랜드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PPL을 하고 ‘회장이 이혼하고 비서랑 살았다’는 설정을 받았습니다. 가만, 홍보의 포인트가…?

– 조인성의 서스펜더가 멋있다고 함부로 도전하지 맙시다. 거울을 보면 조인성 대신 귀뚜라미 아저씨께서 서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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