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영애씨 11>, 다시 돌아온 직장인의 초상
다섯 줄 요약
8회 tvN 목 밤 11시
회사 돈을 들고 튄 성 사장(성지루) 대신 ‘대독(대머리독수리)’ 형관(유형관)이 돌아왔다. 성 사장에게 1억 원을 빌려줬다 떼인 지순(정지순)과 성 사장에게 아부하느라 의리를 저버렸던 서현(윤서현)은 서로를 탓하며 개싸움을 벌이고, 이 와중에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 고민하는 형관의 우울증은 치유될 기미가 없다. 한편, 위태로운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던 영애(김현숙)는 일 못하지만 섹시한 비서 예빈(강예빈)와 형관의 수상한 만남 현장을 목격하고 깜짝 놀란다.



리뷰
벌써 7년, 11시즌을 맞은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영애씨>)에 초반의 신선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안정을 찾으며 다소 지지부진해진 영애의 로맨스는 힘을 받지 못하고, 수차례 위기를 넘겼지만 여전히 아름사에 모여 지지고 볶기를 반복하는 직원들의 관계 역시 익숙함을 넘어 정체기에 가깝다. 그러나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회사를 떠나지 않는 직원들,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에도 “나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애쓰는 형관의 모습은 <영애씨>의 뿌리가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 살기 위한 고군분투에 있음을 보여 준다. 성 사장 시절 기세등등했던 서현이 하루아침에 처자식에게 생활비도 보내지 못해 초라한 가장이 되고, 자신과 크게 싸웠던 영애와 산호(김산호)의 배려에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부끄러워하면서도 고맙게 받아들이는 것은 세상에 믿을 거라곤 월급 하나 뿐인 직장인의 초상이다. 그리고 자신도 여유가 없으면서 서현을 도우려 아르바이트까지 손대는 영애와, 없는 살림에 직원들 기 살려 주기 위해 고기를 사 먹이는 형관의 은근한 따뜻함은 더 이상 엄청나게 새롭거나 재미있지 않아도 ‘정’으로 그 자리를 대체한 이 작품의 힘이다. 무엇보다 도무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던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과정은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가.



수다포인트
– 자잘한 말실수, TV 보는 취향, 옷 입는 것 하나하나까지 지적하고 잔소리하는 영애 아빠(송귀현), 어디서 많이 보던 아빠인데…
– 법인카드 맡기면 막 써 젖힌다고 직원들 개인 돈으로 계산한 뒤 영수증 처리 받으라던 ‘리즈너블(Reasonable)’한 성 사장, 어디서 많이 보던 사장님인데…
– 아르바이트 하다 들킨 영애에게 신용카드 내밀며 “월급 나오기 전에 이걸로 쓰라고” 하는 산호, 어디서 많이 보던 남자친구인…아,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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