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민중을 위하는 아니 당하는 영웅
다섯 줄 요약
17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연대가 위기에 처했다. 전우치(차태현)는 중전(고주연)을 암살하려 한 큰방상궁 맵지(장정희)를 죽이려 하지만, 맵지 또한 자신의 백성이라는 왕(안용준)의 말에 뜻을 굽힌다. 맵지는 마음을 고쳐먹고 왕을 도우려 하나, 입단속을 염려한 좌상(김병세)의 명을 받은 강림(이희준)의 손에 죽는다. 강림은 누명을 씌우기 위해 현장에 전우치 필체의 서찰을 남기고, 왕과 민초들의 신뢰를 잃은 전우치는 결백을 밝히려 애쓰지만 뜻처럼 되지 않는다.

리뷰
맵지마저 내치지 않던 어진 왕은 고작 서찰 한 통을 근거로 정치적 동지이자 중전의 보호자인 전우치를 내친다. 전우치 또한 정말 자신이 한 일이라면 뭐 하러 번거롭게 서찰을 남겨놓고 결백을 주장하겠느냐는 간단한 사실조차 지적하지 않는다. 그러나 17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허술함 자체보다, 이 허술한 트릭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기만 한 주인공 전우치에게 있다. 전우치가 넋을 놓고 있는 동안 무연(유이)은 결백을 입증할 방법을 찾을 것을 독려하고, 봉구(성동일)는 가짜가 출몰한 나주에 다녀오며, 철견(조재윤)은 가짜 일당이 훔친 물건을 내금위 창고에 쌓아놓는다는 정보를 알아온다. 그 동안 전우치가 한 일은 기껏 자신으로 위장한 둥개(신승환)를 잡아놓고도 그 처결과 보고를 고을 수령에게 대신 해줄 것을 부탁한 것이 전부다. 위기를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이나, 민중과 어깨를 겯고 앞으로 나아가는 영웅은 매력적인 이야깃거리다. 하지만 그게 위기를 짜내기 위해 엉성한 플롯을 전개한다거나, 주체성 없이 민중에게 기대기만 하는 영웅을 그려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수다포인트
– 중전 간택령을 물린 좌상과 도승지(김승욱)의 대화. “오늘 중전 삼간택 안 하나요.” “예.” “왜죠.”
– 왕의 침소에서도 하얀 입김이 연신 뿜어져 나오는 조선의 혹한. 임금님 댁에 보일러 한대 놔드려야겠어요.
– 고용주가 도술을 멈추는 법을 안 가르쳐 준 탓에 나주까지만 가도 될 걸 목포까지 달려야 했던 봉구 씨, 고용노동부 상담전화는 전국 국번 없이 1350번입니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