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박성호가 아니므니다
브리핑
세 차례나 몰래 온 손님으로 방문, 문지방이 닳도록 <김승우의 승승장구>(이하 <승승장구>)를 드나들던 개그맨 박성호가 “데뷔 17년 만에 전성기를 감사하게 누리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드디어 단독 게스트로 <승승장구>의 소파에 안착했다. 어떠한 캐릭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은 어쩐지 어색하다며 불안한 목소리와 눈빛을 감추지 못하던 박성호를 위해 몰래 온 손님으로 공식 박성호 라인이라는 후배 개그맨 황현희를 비롯, 최효종과 김기열이 왔다. 그러나황현희는 “박성호 라인이라는 건 없다”며 그나마 있던 그의 라인을 부정하고 나섰다.



리뷰
KBS <개그콘서트>의 ‘멘붕 스쿨’에서 “사람이 아니므니다!”, “갸루상이므니다~”라며 호통과 애교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갸루상’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래, 위, 좌우로 두텁게 그렸던 아이라인을 지운 채 말간 얼굴로 출연한 박성호는 ‘인간 박성호’를 말하는 것에 대해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위해 <승승장구>는 한 시간이 조금 넘는 방송 시간 중 4분의 1 가량을 그가 실제로 개그학 교수로서 학교에서 수업 중이라는 개그 강의로 워밍업을 하도록 두었고, 몰래 온 손님으로는 그와 가깝게 지낸다는 후배 황현희를 데려왔으며,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여자들 앞에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박성호가 첫 눈에 반해 대시했다던 열한 살 연하의 아내도 등장시켰다. 그러나 이렇게 대화를 위한 멍석을 다 깔아둔 <승승장구>는 게스트 박성호가 털어놓는 이야기에 대해 MC들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거나 간단한 부연 설명을 이끄는 정도로 이야기를 매듭짓는 등 좋은‘리스너’의 역할을 하는 것에 그쳐 버렸다. 포근하게 들어주는 태도 자체야 토크쇼의 성향이겠으나끌어갈 수 있는 유의미한 대화가 분명히 존재하는순간마다 그 입구까지만 닿았다 되돌아 나오기를 반복한 것은 역시 아쉽다. ‘다중이’나 ‘갸루상’으로만 인식되어 있던 개그맨 박성호를인간 박성호로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역할을해냈지만, “내 목소리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벌거벗겨진 느낌”이라고 말하는 데뷔 17년차의 개그맨과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 혹은 해야만 하는 이야기란, 적어도 이보다는 더 많고 깊었어야하지 않았을까.



수다포인트
– 개그학개론 겨울 계절 학기 기말고사 주관식 1번 문제. 이에 김 끼우기로 웃겨야 할 경우, 손가락 한 마디면 충분할 것 같은 김을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잘라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이제 이수근은 김병만이 없는 자리에서 김병만의 개그를 그대로 시전하니, 이수근이 김병만 같고 김병만이 이수근 같은 세간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예정.
– “지금 이 방송을 누군가 보면 <승승장구> 막장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오늘 <승승장구> 토크 언제 하나요?”, “이거 <스타킹> 아닙니까?”라며 3단 콤보로 멘트를 날리는 일일 MC 허경환은 SBS로부터 몰래 온 첩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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