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개입이 무너뜨린 8년 탑


<놀러와> 마지막회 월 MBC 밤 11시 15분
“지난 8년간 <놀러와>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자막으로 대신한 마지막 인사는 10초 만에 화급히 화면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순간을 놓쳤다면 종영하는 줄도 모르게, <놀러와>는 쓸쓸히 막을 내렸다. 제작진도 종영 결정을 미처 알지 못한 채진행한 녹화다 보니 마지막을 기념할 만한 별 특별한 기획도 없었다. ‘수상한 산장’은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한 채 콩트와 토크쇼와 게임쇼가 뒤섞인 어수선한 모습만 보여주다 끝났고, 서서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하던 ‘트루맨쇼’는 15분 남짓한 시간에 마지막 촬영분을 우겨 넣느라 주마간산 식으로 편집되어 방송을 탔다. 덜 유명한 프로그램이라고 아무렇게나 폐지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때 기획섭외를 통해 토크쇼 장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프로그램치곤 너무도 초라한 퇴장이었다.



MBC 경영진의 <놀러와> 폐지 결정은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김재철 사장의 ‘방송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철학에 동의하느냐는 둘째 치더라도 그 설명에 더욱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동 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던 <놀러와>의 몰락에는 쇼에 무리하게 개입한 경영진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놀러와>를 이끌던 신정수 PD를 갑작스레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로 발령 낸 것도, 교체 투입된 PD들이 쇼에 익숙해 질 만하면 다시 PD를 교체하길 반복한 것도, 복귀해 ‘방바닥 콘서트 보고 싶다’를 만든 신정수 PD와 김명정 작가를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방송 4회 만에 경질하기로 결정한 것도 경영진이었다. 외부적 요인으로 쉴 틈 없이 선장이 바뀌는 통에 최소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웠던 <놀러와>는 경쟁자들의 급부상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8년을 이어온 귀중한 쇼는 그렇게 너무도 어이없게 막을 내렸다. 악조건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쇼를 살려보려 노력한 제작진과 유재석, 김원희에게 위로의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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