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 생방송의 묘미 대신 생방송의 준비부족


<세 얼간이> tvN 일 밤 7시 40분
<세 얼간이>는 과거 ‘1박 2일’이 그토록 외쳤던 ‘버라이어티 정신’의 실시간 구현이다. 구성원도 그렇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이나 행동하는 패턴까지도 ‘버라이어티 정신’ 아래 혹독한 미션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 시절을 닮아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뛰고,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고, ‘티슈 불기’와 같이 아주 사소한 경쟁을 하고 한겨울에 찬물로 머리를 감는 벌칙을 받는 식이다. 전현무에게 진행을 맡기면서 자유로운 얼간이가 된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은 80분의 시간 동안 다양한 역할을 맡아 쉼 없이 움직인다. 이전처럼 저녁 식사나 잠자리가 아닌, 승패를 맞춘 시청자에게 상품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대충 넘어가는 일은 없다. 이들은 얼간이라는 이름 뒤에 확실한 ‘예능전문가’로서 기꺼이 망가지고 넘어지며 사소하고 무의미한 미션들을 ‘쓸데없지만 재미있는’ 상황으로 만든다.



도리어 ‘대충’의 영역에 남아있는 것은 생방송으로서 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다. 긴장감 넘치는 생방송의 묘미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생방송의 위험. <세 얼간이>는 방송 시간 내내 그 사이를 줄타기 한다. 첫 라운드가 끝난 이후 점차 줄어든 시간에 쫓기면서 전현무는 랩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을 했고 초대 손님이었던 딕펑스와 유승우는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갔으며 “대충 8시 20분”에 발표된다던 ‘대국민 얼간이 어워즈’ 배달치킨 부문의 순위는 30분도 더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이후 남은 모든 시간은 치킨을 클로즈업하고 그 맛을 묘사하는 데 사용됐다. 단 한 순간도 비우지 않고 소리와 화면을 가득 채우겠다는 강박은 과잉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치킨을 소개할 시간을 남기기 위해 벌칙도 제대로 못 받고 넘어가는 상황은 생방송의 묘미가 아니라 준비의 부족이다. 60초 후에 공개될 1위 치킨을 위해 얼간이들이 뛰고 굴렀던 것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주객전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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