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의 힘은 만드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21207470279682_1.jpg" width="250" height="167" />< PD수첩 > 화 MBC 밤 11시 15분
MBC가 대타로 고용한 ‘시용’ 제작진이 만든 < PD수첩 >의 첫 아이템은 ‘대출 사기 양산하는 통신사 리베이트’였다. 대선을 8일 남긴 시점에서 대선 이슈보다 먼저 방송을 타야 하는 아이템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어제의 < PD수첩 >은 낙제였다. 수수료 선입금을 요구하는 대출 스팸 사기로 시작해 리베이트를 노린 휴대폰 보조금 사기로 이어지는 구성은 언뜻 간명해 보인다. 하지만 < PD수첩 >은 메뚜기 뜀뛰듯 이 이슈 저 이슈를 섞어 붙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를 지경으로 구성을 흔들었다. 특히 앞서 언급된 이슈를 재차 늘어놓는 제보자 인터뷰를 특별한 편집 없이 보여주는 대목은 가뜩이나 성긴 호흡을 더 성기게 만든다.

취재 윤리는 더 심란하다. 도입부에 등장한 대출 스팸 사기 이슈는 리베이트 이슈를 꺼내기 위해 곁다리로 착취되어 자취를 감춘다. 사기범 소유의 고급 차량과 호화주택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는 대목은 사태의 본질이나 해결책과는 무관하며, 오로지 시청자들의 분노 유발을 위해 삽입된 티가 역력하다. 이러한 제작역량의 실종과 취재윤리의 파탄은 결말에서 절정을 이룬다. 엔딩은 사태의 근본 원인인 통신사의 과도한 고객 유치 경쟁에 대한 심층 취재 없이 ‘구제 입법이 시급하고, 통신사들도 서민의 아픔에 귀 기울이자’는 말과 함께 감성적인 BGM을 배경으로 피해자들의 사연을 나열한다. 제대로 된 구성도 없이 시청자들에게 분노와 연민, 동정을 강요하는 방송이 < PD수첩 >이라니. 거짓말도 성의껏 해야 속아주는 법이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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