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재현해낸 어떤 삶"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21008134428615_1.jpg" width="250" height="170" /> 13-14회 JTBC 토-일 저녁 8시 45분
<무자식 상팔자>는 제목과는 달리 자식 문제로 속 끓이는 부모 이야기가 핵심이 아니다. 주인공 부부인 희재(유동근), 지애(김해숙)와 장녀 소영(엄지원)의 갈등이 가장 극적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드라마의 진정한 핵심은 그러한 부모로서의 정체성 이전에 한 인격체로서의 존엄한 여생에 대해 고민하는 중노년 세대의 이야기다. 이것은 특히 이 작품에서 제일 먼저 등장해 꾸준히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갈등인 희명(송승환), 유정(임예진) 부부 문제에 잘 나타나 있다. 첫 회에서 유정이 밝힌 불화의 이유는 남편이 자신을 “무존재” 취급한다는 것이었고, 희명 역시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 있었다. 13회에서 이들 부부의 화해가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로 한 약속 위에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한 평생 가족을 위해 “노심초사 살아왔”다가 어느 덧 “좋은 날 얼마 안 남았다”는 인식에 다다른 중노년 세대에게 그처럼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삶이다.

그래서 <무자식 상팔자>는 기존 가족극에서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중노년 세대의 다양하고 섬세한 모습을 그려내는 데 공을 들인다. 이들은 단지 부모로서만이 아니라 아들, 딸, 남편, 아내, 형, 동생, 동서, 며느리 등 수많은 가족관계 속에서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하나의 풍부한 캐릭터로 완성된다. 이를테면 지애가 호식(이순재)과 금실(서우림)의 며느리, 희재의 아내, 동서들의 큰 형님, 소영의 어머니일 때 모습이 다 다르듯이, 이 작품은 각 인물들의 입장을 여러 관계 안에서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 결과 중노년층의 삶이란 단지 세월의 축적이 아니라 다양한 인생의 각도에서 축적해 온 입체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무자식 상팔자>는 그렇게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변화한 중노년층의 삶을 재현해내고 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