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과 비정상을 허무는 미치광이"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3008510113844_1.jpg" width="250" height="170" /><퍼셉션> 5-6회 채널 CGV 목 밤 10시
천재 괴짜 주인공과 추리극은 ‘미드’에서 가장 낯익은 조합이다. <퍼셉션>을 처음 접한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이유도 이 작품이 그 익숙한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서다. 프로그램 소개에서도 언급하듯이, 주인공 다니엘 피어스(에릭 맥코맥)는 몽크, 하우스, 셜록 등으로 이어지는 추리물 캐릭터 계보 안에 들어갈 만한 사회성 결핍의 천재 심리 신경학자다. 하지만 다니엘 피어스는 그냥 괴짜가 아니라 진짜 미친 주인공이다. <퍼셉션>은 편집증과 정신분열 상태에 놓인 그의 특성을 활용하여 ‘환각’이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추리플롯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동시에 이 ‘환각’은 다니엘의 분열된 자아들로서 ‘정상(Normalcy)의 기준에 대한 의문’이라는 작품의 주제의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5회와 6회는 이러한 <퍼셉션>의 개성이 잘 드러난 에피소드였다. 5회 ‘신의 목소리’는 한 종교집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가운데, 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한 소년과 그 신념이 뇌종양으로 인한 환각임을 증명하려는 다니엘의 갈등이 다뤄진다.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 행위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환각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어떤 행위에 대한 ‘답’은 오히려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주제가 남는다. 6회 ‘성적 충동’에서는 이러한 주제가 더 뚜렷해진다. 거대 보험회사가 관련된 살인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사회가 ‘정상’으로 간주하는 성적 정체성에 관한 문제제기다. 다니엘은 이 사건을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비극”이라 정리한다. 결국 <퍼셉션>에서 다니엘이 진짜로 추적하고 있는 것은 특정 살인사건이라기보다, 그 과정에서 대면하는 자신의 다양한 환각을 통해 ‘미쳤다’는 규정을 넘어선 ‘진정한 자아라는 퍼즐’일지도 모른다. 추리의 패턴은 다소 뻔하지만, 바로 그 점이 <퍼셉션>을 흥미로운 수사극으로 만들고 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