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돼먹은 사장이 나타났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3002270863526_1.jpg" width="250" height="166" />

<막돼먹은 영애씨 11>1회 tvN 목 밤 11시

영애(김현숙)를 “덩어리”라고 구박하던 유형관 사장이 차라리 낫다. 예쁘거나 아부에 능한 직원만 편애했던 유형관 사장이 무식한 리더라면,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그의 빈자리를 채운 성지루 사장은 겉으로는 “합리적인” 신사인 척 하면서 학연과 지연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를 고르는 나쁜 리더다. 학연을 따지지 않기 위해 직원들의 이력서조차 보지 않더니 산호가 같은 학교 후배라는 사실에 “성대(성균관대)의 저력”을 운운하고, “말은 됐고 수치로 보여달라”고 할 땐 언제고 서현이 고향 후배라는 점을 알게 되자 더 이상 그의 저조한 영업 실적을 지적하지 않는다. 결국 성지루 사장이 선택한 정리해고 대상자 1순위는 아침까지만 해도 “업무처리 능력도 좋고 고정 고객도 많다”고 칭찬하던 영애다.

지난 시즌까지 외모 비하와 성희롱을 일삼던 유형관 사장과 함께 일하던 직원들의 고민이 참고 견디는 차원의 문제였다면, 에서 이들이 직면한 현실은 먹고 사는 문제로 한 층 심각해졌다. 조만간 직원들의 절반 이상을 해고시키겠다는 사장의 말을 들은 영애는 동료들의 밥줄을 지켜주기 위해 천적인 지순의 진상까지 감싸주고, 여느 때 같았으면 벌써 욱했을 상황에서도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라며 허리부터 숙인다. 상사의 커피에 침을 뱉는 막돼먹은 짓을 고민할 여유조차 없다. 지난 시즌 마지막 회에서 산호의 외도라는 ‘떡밥’을 던졌음에도 이번 시즌 첫 회에서 산호와 영애의 연애를 전혀 다루지 않은 이유다. 영애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반복하던 <막돼먹은 영애씨>시리즈가 드디어 초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는 막돼먹은 영애씨를 능가하는 못돼먹은 사장 덕분이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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