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나는 세상>, 유행만 쫓으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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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 21> SBS 화 저녁 8시 50분
흥미로운 이슈의 발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슈 제시를 위해 취하는 구체화의 방식일 것이다. 이번 주 <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 21>(이하 <기자가 만나는 세상>)은 국내에서 분실된 휴대폰이 중국으로 건너가 신상 정품으로 둔갑해 팔리는 현장과 결혼과 육아로 ‘경력 단절’의 상태인 여성들이 재취업에 난항을 겪는 현실, 도서 <1일 1식>의 유행에 영향을 받아 생겨난 ‘1일 1식’ 실천자들의 이야기의 세 가지의 이슈를 선택해 보여줬다. 그러나 분실된 휴대폰에 대해 다룬 ‘잃어버린 휴대폰은 어디에?’의 경우, 제보자가 택시에서 휴대폰을 분실한 자신의 경험을 진술하거나 추적 시스템으로 기기를 추적하고, 한국과 중국의 휴대폰 밀수출입 업자들을 찾아가 보는 등 보편적인 규명과 추적의 과정을 보여줬을지언정, 그러한 단계적 사례를 통한 설명이 이슈의 제시라는 설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개연성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 당장 화두인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브리핑 개념의 신속한 조명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주 단위로 제작되는 <기자가 만나는 세상>은 분명 유의미하다. 하지만 “기자의 눈으로 심층 취재한다”는 취지대로라면 해당 이슈들을 바라보는 명료한 관점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잃어버린 휴대폰은 어디에?’에서 구체적 사례들 간의 개연성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음과 더불어, ‘1일 1식’의 유행과 실제 실천자들의 사례를 담은 ‘한 끼로 산다’와 경력 단절 상태의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하는 엄마의 조건’에서는 이 사회적 현상들의 발단, 전개 상황, 수반한 문제점 등의 내용을 엮어 나열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현실을 그대로 떠서 옮기는 것 이상의 관점이 드러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소재를 깊게 파고들어 해체 및 재조립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등과는 노선을 달리하는 프로그램임이 확실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이슈 브리핑은 이전 시간대에 방송되는 < SBS 뉴스 >에서 이미 보도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프로그램의 명확한 관점은 곧 시청자들로부터의 설득력과 신뢰를 획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슈는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언제나 관점이다.

글. 이경진 기자 twen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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