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록 굳건한 조강지처 신화"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2723405163561_1.jpg" width="250" height="151" /> <울랄라 부부>최종회 KBS2 밤 10시
고수남(신현준)은 자신의 사랑을 지켰고, 나여옥(김정은)은 자신의 가정을 지켰으며, 장현우(한재석)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은 웃으며 이야기의 행복한 결말을 축하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결론에 만족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해피 엔딩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끝내 빅토리아(한채아)는 “수술 받았어요”로 후일담이 요약될 뿐 나여옥의 안정을 위해 제거되었으며, 부부 불화의 큰 부분이었던 시어머니 박봉숙(정재순)의 태도 변화 역시 설명되지 않았다. 결국 나여옥과 고수남의 행복과 구원은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이뤄내지 못한 채 결정된 것이며, 드라마는 이들의 성취를 설득하기 위해 성급하게 직장에서의 성공을 삽입했다. 임신과 암처럼, <울랄라 부부>에서 중요한 사건들은 하나같이 급작스럽게 발생하고 그 마무리는 다음 이야기로 연결되지 못한다. 덕분에 두 사람이 원점으로 돌아오기까지 드라마는 사건들만을 나열할 뿐, 그것에 연속적인 유기성을 부여하는 데 실패했다.

허무한 것은 구성의 문제만이 아니다. <울랄라 부부>는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입장을 체험하고 이해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이 과정에서 각자의 욕망은 오히려 은폐되고 외면당했다. 월하는 이야기의 결론을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사랑이 필요하다”고 정리했지만 인물의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는 사랑은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일 뿐이며, 고수남이 나여옥에게 용서를 구하는 방식은 남녀의 관계만 바뀌었을 뿐 ‘조강지처 신화’를 그대로 답습한다. 드라마가 전복시켜야 할 것은 피상적인 남녀관계가 아니라 장기를 공유하고, 양육을 함께하며, 상대방의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사랑으로 치환하는 사고방식 그 자체였다. 엉뚱한 결말을 향해 날아간 화살이 이제서야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화살은 과녁을 잘못 겨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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