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제왕>, PPL을 뚫고 방송사고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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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줄 요약
드라마 성공률 “93.1%”를 자랑하는 제국프로덕션의 대표, 앤서니 김(김명민)은 드라마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정홍주 작가(서주희) 몰래 보조작가 이고은(정려원)을 속여 <우아한 복수>의 마지막 회에 기어코 오렌지주스 PPL을 넣고야 만다. 퀵서비스 기사에게는 1시간 내로 방송국에 녹화 테이프를 전달하면 1천만 원을 준다고 제안하지만, 무리하게 주행하던 기사는 사망한다. 이 사고가 뉴스를 통해 알려지며 앤서니 김은 프로덕션 회장(박근형)으로부터 버림받는다.

Best or Worst
Best: <드라마의 제왕>이 묘사하는 드라마 판은 낭만이나 직업적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오로지 돈을 바탕으로 철저한 비즈니스가 펼쳐지는 장이며, 갑을 관계가 수시로 역전되는 바닥이다. “확률 안에서만 움직”이는 앤서니 김 또한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드라마에 모든 것을 거는 인물이다. 작품은 방송가의 생리를 구체적으로 구축함으로써 거짓말도 불사하는 그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절대 PPL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작가, 앞에서는 웃지만 등 뒤에선 칼을 가는 방송사 국장들, 열 번을 챙겨줘도 순식간에 돌아서는 기자들 속에서 ‘드라마의 제왕’이 되려면 계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시킨 것이다. 또한 앤서니 김이 퀵서비스 기사의 장례식에 찾아가고, 유족들의 비난을 기꺼이 감수하는 모습에서는 그가 무조건적인 악인이 아니라 강한 목적 지향성을 가진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 명징해졌다. 이렇게 <드라마의 제왕>은 정글 같은 드라마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들의 인생을 한 회 만에 꼼꼼하게 그려냈다. 보통의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공간을 통해 진짜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기대해볼 만한 시작이다.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자꾸만 등장하던 오렌지주스는 <드라마의 제왕>의 진짜 PPL인지, 상황 설정을 위한 소품일 뿐인지 궁금합니다!
– 앤서니 김을 배신하며 반전을 선사한 오진완 상무 역의 정만식 님. 어리숙한 캐릭터라 방심하고 있었건만, 역시 명불허전 악역 전문 배우.
– 앞으로 이 작품에 회상 신이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은 이해할 거예요. 아, 1분 30초 분량이 모자랐구나, 그랬구나….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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