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03008131500712_1.jpg" width="250" height="170" /> <놀러와>MBC 월 밤 11시 15분
“우리 위기잖아요.” 토크의 흐름을 엉뚱한 데로 끌고가는 권오중에게, 유재석은 조용히 말했다. 개편 이후 <놀러와>의 가장 큰 무기는 스스로가 위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위기라는 현실에 직면해야만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가 수위”인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기존 <놀러와>이미지와는 다른 방향의 ‘트루맨쇼’는 그 위기에 대한 타개책으로 나온 새로운 시도였고, ‘방바닥 콘서트 보고싶다’는 기존의 골방 분위기를 이어가되 게스트와 가까운 사람들을 모으면서 더 아늑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위기라는 기회 앞에서 <놀러와>는 모험과 안정 중간지점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개편 두 달이 되어가는 시점의 <놀러와>가 위기를 기회로 반등시킬 키를 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트루맨쇼’는 보편의 남자들 이야기를 하는 토크 크루가 되지 못하고 여전히 “이 정도의 이야기”가 되는지 아닌지를 재는 데에만 머무르고 있다. 트루맨들이 각자의 사연을 나열하는 동안 게스트였던 박진희는 트루맨들의 토크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구혜선이 출연한 ‘방바닥 콘서트 보고싶다’는 뮤지션의 작은 콘서트라는 원래의 기획은 실종된 채 스타의 사람 찾기 코너가 되었다. 실제로 찾아온 스승들과의 사연을 토크로 전달하지 못한 구혜선의 경우처럼 보고 싶은 사람을 통해 게스트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꺼내는 데 실패하게 되자, 코너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유일하게 시의적절한 멘트를 꺼내는 유재석의 센스로도 구원은 역부족이다. 정말 무엇인가에 공감할 만한 토크를 하고 싶다면, 모두의 공감을 얻기보다는 한 군데로 힘을 모으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위기를 알아채면 기회지만, 위기가 길어지면 절정 없는 결말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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