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게 가족이야"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02408073882253_1.jpg" width="277" height="185" /> 9회 MBC 월-금 밤 7시 45분
미선(박미선)이 변기에 튄 소변 방울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는 소변을 앉아서 볼 것이냐, 서서 볼 것이냐를 둔 싸움으로 이어지고, 이 싸움의 주제는 서형(김서형)과 미선 사이에서 계속해서 갈등의 불씨가 되어온 가사 분담 문제로까지 확산된다. 9회에 이르는 동안 이미 여러 번 반복되어온 서형과 미선의 갈등이 여전히 펼쳐지고 있음에도 의 이번 회가 눈길을 끌었던 지점은 그들의 싸움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데 있다. 기센 어머니와 아내에 눌려 불편을 감수해온 정학(박정학)은 승수(류승수)가 일깨운 “굴욕감”을 떠올리며 서서 소변을 본다. 앉아서 잠을 자는 건 몰라도 앉아서 소변은 볼 수 없다던 승수는 전립선염에 좋다는 미선의 말을 듣고 앉아서 소변을 보게 된다.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을 서로 공유하면서 발생하게 된 이런 변화는 생활의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단지 이름뿐인 가족으로 묶여있었던 시간과는 다른 영향력을 서로에게 미치게 됨을 보여준다. 곧 그들이 함께 먹고 생활하며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는 두 부부의 화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뒤바뀐 방법으로 소변을 보는 정학과 승수를 보여줄 뿐이다. 이들 가족이 한 지붕 아래 사는 한, 그들의 싸움은 반복될 것이다. 다만 싸움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은 쌓이고, 일상은 변화한다. 가족의 이름은 그 과정을 통해 단단해진다. 그간 가 시트콤적인 재미를 추구하기에 앞서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에 주력해왔다면, 9회는 그 윤곽이 마련된 인물들이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일상의 이야기들을 펼쳐내기 시작한 전환점이다.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소소하고 유치하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시나 부대끼며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듯하다.



글. 김지예(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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