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매순간 삶을 새겨넣던 드라마가 끝났다
, 매순간 삶을 새겨넣던 드라마가 끝났다" /> 마지막 회 MBC 화 밤 9시 55분
수술 뒤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인혁(이성민)은 말했었다. “오늘 살아있어야 내일도 있는 겁니다.” 이 기존의 의학드라마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이유는 인혁의 저 대사가 말해준다. 모든 의학드라마가 심정지 상태의 위급한 환자를 만나고 생사가 갈리는 수술에 온힘을 쏟지만, 그 이후의 “아주 긴 싸움”까지 같은 비중으로 조명한 작품은 뿐이었다. 가장 긴박한 응급실을 배경으로 “생존을 위한 최적의 시간”을 다루면서도, 그 ‘골든타임’이 바로 ‘내일의 삶’을 위한 일부라는 것을 이 드라마는 잊지 않았다. 예컨대 5회에 수술을 마친 한 어린이 환자는 12회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회복의 기미를 보인다. “깨어날 수 있다고 제발 한마디라도” 해달라던 부모에게 드라마는 섣부른 희망 대신 ‘최선을 다할 테니 포기하지 말고 함께 지켜보자’고 부탁했고, 그 오랜 인내 뒤에야 비로소 조심스레 말했다. “많은 문제 중에서 큰 문제가 하나 해결된 것”이라고.

이 시스템의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도 이와 같았다. 이 작품은 열악한 중증외상시스템의 현실을 계속해서 비판하면서도 그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극적 처방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혁이나 민우(이선균)와 같은 성실한 개인도, 병원 “수뇌부의 의지”도, 국가의 지원도, 단독으로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시스템의 진보는 그 모두의 인내와 성장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긴 싸움”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 마지막 회는 함께 그 싸움을 통과한 이들이 얻어낸 작은 “내일”에 고스란히 바쳐졌다. 국가 지원은 받지 못했지만 소방방재청과의 MOU 체결을 통해 그토록 기다렸던 헬기운송이 시작되었고, 비록 영안실 2층이지만 외상팀 병실이 마련됐으며, 민우와 재인(황정음)은 또 다른 내일을 위해 서울의 병원으로 레지던트를 지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우가 숙소에서 잠들기 전 매일 바라보던 사진 속 환자와 가족들의 후일담이 펼쳐진 엔딩신은, 이 모든 진보를 위한 노력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매순간 치열했고, 그만큼 신중했으며, 그래서 더 묵직했던 드라마가 이제 막 끝났다. 그러나 그 응급실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만 같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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