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무방비 도시라는 괴물의 초상
, 무방비 도시라는 괴물의 초상" /> ‘무방비 도시’ SBS 토 밤 11시
‘무방비 도시’ 2부작은 최근 들어 급증한 ‘묻지마 범죄’와 성범죄의 배경을 다루고 있다. 1부 ‘괴물의 탄생’과 2부 ‘괴물의 귀환’을 통해 방송이 도출한 결론은 범죄자라는 괴물에의 공포가 아니라, 결국 강력 범죄를 낳고 키우며 재생산하는 ‘무방비 도시’에 대한 보고서였다. 120분간의 방영 시간 동안 그 보고서를 명확하게 그려낸다는 것은 ‘묻지마 범죄’의 동기를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지만 방송은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낸다. 치밀한 취재와 섬세한 통찰을 통해 한 개인의 생에 아로새겨진 사회 부조리를 읽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심 단서는 그 모순이 압축된 몇 장의 서류 속에 있었다. 1부에서는 여의도흉기난동사건 피의자의 이력서가, 2부에서는 중곡동 주부 살인사건 피의자의 판결문이 그 단서였다.

여의도사건의 피의자는 ‘자신을 힘들게 한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방송은 그 진술 뒤에 숨겨진 근본적 배경을 추적한다. 그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은 피의자의 이력서. 그는 2년 간격으로 총 네 차례 이직했고 퇴직 사유는 모두 “계약 만료”였다. 한 개인에게 반복된 ‘시한부 인생’을 살게 하는 무방비한 사회가 낳은 비극에 제작진은 ‘묻지마 범죄’가 아닌 ‘절망 범죄’라는 호칭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곡동사건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괴물이 더 큰 괴물로 성장한 비극을 이야기한다. 역시 한낮에 안방에 침입해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이 사건의 피의자는 전과 12범이었다. 방송은 그의 전과 중 세 차례의 성범죄 판결문에 주목한다. 그것은 공통적으로 피의자가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정상참작사유로 들었다. 그 관대한 법을 적용하는 동안 범죄사실확인서에 기록된 그의 범행은 점점 더 폭력성이 악화되어, 강간미수범에서 살인범으로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거기서 처벌강화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의 관행, 검찰과 경찰의 무성의한 공조체계 등 현행 시스템의 모순을 지적한다. 결국 ‘무방비 도시’ 2부작은 “있는 법도 제대로 적용” 못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사라진 우리 사회라는 괴물에 대한 초상이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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