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섣불리 결론짓지 않는 시사교양의 품격
, 섣불리 결론짓지 않는 시사교양의 품격" /> SBS 토 밤 11시
죽은 자는 유골이 되어 다시 말 걸기를 시작했다. 故 장준하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다룬 는 현재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며 정보기관으로부터 “진상규명불능”이라는 결론만을 되풀이해 돌려받아야 했던 전적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 그의 죽음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더 분명해 졌다. 37년 전 단순 추락사로 “종결”난 그의 죽음이 여전히 “정치공방”을 들먹이며 희석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나 반독재 유신철폐의 좌장 격인 그의 장례식 조의금 내역까지도 기록하던 정보당국이 유독 그의 사망 당일에 대해서만 함구하는 것만 봐도 이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확증이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진실공방을 회피하거나 과거를 “이미 끝난” 일로 치부해 버리는 대신 할 건 하겠다며 시작한 이날의 방송은 현재 진행형인 과제를 시의 적절하게 불러내고 있다.

확실한 방송의 명분은 서두르지 않고 꼼꼼하게 근거를 제시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본격적으로 동력을 얻었다. 타살과 자연스런 추락사 둘 다 가능하다고 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직간접적인 실험을 계속해 나가면서 유골에 남아 있는 흔적을 최대한 해석하고 그것을 재조합해 나갔다.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들을 확인해 나가다 보니 시청자들의 머릿속에는 사건의 정황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많은 의문을 품은 사건일수록 단서들이 말하고 있는 바를 민감하게 읽어내기 위해서는 섣불리 자기 결론을 가지고 사건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 접근이다. 여기에 사건 관련한 과거의 기록과 진술이 더해지면서 진실 규명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를 한층 분명히 했다. 이로써 이 사건의 끝은 아직 오지 않았음이 확실해졌다. 현재가 과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으며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망자의 말 걸기에 응답하기를 더는 미룰 수 없다.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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