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김묘선, 일본을 춤추게 하다>, 지금 그곳에 아름다운 투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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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줄 요약
김묘선. 여자이고 1200년 역사의 일본 대일사 주지 스님이며 40년간 춤을 춘 무용수이자 엄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주지인 김묘선은 아들이 10살 되던 해, 전 주지였던 남편을 병으로 잃었다. “훌륭한 주지가 되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아들이 주지의 대를 이을 만큼 성장할 때까지 “참 약한 여자고, 외국인이지만, 엄마는 강하니까” 목숨 걸고 공부해 2년 만에 주지에 올랐다. 그녀는 ‘외국인이고 여자이며 춤 밖에 모르는 주지’라는 굴레를 참을성 있게 견디며 이를 벗어내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 그녀에 대한 일본인들의 편견과 호기심은 존경과 존중으로 바뀌었다.

Best or Worst
Best: 광복절 특집 방송의 성격은 대개 둘이다. 1945년 8월 15일을 전후한 당시를 재조명하거나, 이를 지금의 문제로 가져와 한국과 일본의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 는 후자에 해당하는 다큐멘터리였고, 현재적 의의를 부여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 그의 인생을 고조곤히 설명했다. 김묘선은 평생 승려로 살아온 일본인도 어려워하는 주지 시험에 2년 만에 합격했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며 절에 남긴 2억의 빚을 안고 살뜰히 절 살림을 살며, 한국의 춤을 가르치고, 10대 아들도 혼자 키운다. 그러나 방송은 이런 일들을 그녀가 그저 밥 먹고 잠자는 일을 해나가는 것처럼 덤덤히 그려, 보는 이로 하여금 김묘선이라는 인물 자체에 더 집중하게 했다. 그래서 뒤이은, 스스로를 “참 억척” 같았다 표현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인터뷰 장면은 계속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삶을 집약해 보여주는 순간이었고, 김묘선이라는 작은 인물이 이 광복절 특집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꾸준하고 고요하게 지금의 일본 한 구석을 한국 문화로 물들이는 그녀는 이 시대를 사는 단단하고 아름다운 투사의 모습이었다.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엄마가 아침 청소하는 소릴 듣고, 잠도 덜 깬 채 마당에 나와 빗자루 드는 아들. 저런 아들을 위해서라면 저도 주지 시험을 2년 만에… 난 안 될 거야 아마.
– 이 어여쁜 아들과 오붓이 둘이 먹는 아침, 김치찌개가 지름 34cm 전골냄비에 한 가득! 역시 한국인은 밥심.
– 광복절에도 끊이지 않는 독도 뉴스. 묘선 스님의 살풀이춤이 필요한 곳이 많다.

글. 이경진 인턴기자 r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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